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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빚은 신공항 유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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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빚은 신공항 유치전

입력
2016.07.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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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동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에서 입지선정 용역을 맡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장마리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6월 21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동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에서 입지선정 용역을 맡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장마리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멀쩡한 김해공항을 놔두고 밀양이나 가덕도로 공항을 이전하지 않게 돼 다행이다.”

지난달 영남권 신공항 부지 발표 직후 부산에 거주하는 지인이 전한 말이다. 영남권 5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가덕도와 밀양 이외의 대안은 없다”는 논리로 배수의 진을 치고 신공항 유치전에 사활을 걸었지만,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그다지 큰 관심거리가 아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영남권 분열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점쳐지던 신공항 부지 선정 논란은 시간이 흐르면서 냉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가덕도 유치 실패시 시장직 사퇴까지 내걸었던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 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해신공항이 24시간 안전한 국가 관문공항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수용했다. 서 시장은 신공항 후보지였던 가덕도를 방문, 지역 민심 달래기에 나서는 등 파국으로 치닫던 불복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급선회중이다.

대구, 경북, 경남, 울산 등 4개 지자체 단체장들도 밀양 유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신문광고 등을 통해 ‘결과에 무조건 복종하자’고 강조했다가 김해공항 확장이란 의외의 결과에 한때 불복하는 움직임도 보였지만, 대체로 결과에 수긍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새누리당 소속 대구 지역구 의원들과 함께 “정부는 대구공항 존치와 K2공군기지 이전에 대한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 큰 틀에서 전세를 뒤집겠다는 불복의 성격은 아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영남권 신공항은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안이 현실적으로 가장 적합하며, 다른 두 지역을 개발하면서 발생할 문제점에 비하면 부작용도 적은 편이다. 신공항 신설이 굳이 멀쩡한 산을 깎거나(밀양), 수십 미터 바다를 메우는(가덕도) 대공사를 해야 할 정도로 절박한 것도 아니었다. 이는 해당 지자체들도 잘 알고 있었을 사안이다.

오히려 이번 영남권 지자체 사이에 벌어진 신공항 유치전은 밀양과 가덕도라는 이분법으로 가를 수 없는 각 지자체만의 절박한 사연이 숨어 있다. 부산 입장에서는 밀양에 신공항이 유치되면 그나마 전국에서 몇 안 되는 흑자공항인 김해공항을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대구 역시 이번을 오랜 민원의 현장이자 도심 개발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K2공군기지 이전을 성사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겼다.

하지만 더 깊숙이 들어가면 신공항을 둘러싼 논란은 그동안 수도권에 집중된 정부 정책에 대한 깊은 불신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K, PK를 운운하며 이들 지역이 마치 역대 정권의 실세인 양 포장돼 왔지만, 실제 지역 개발과 관련된 프로젝트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큰 사업이라고는 경북 울진의 신한울원전 3,4호 건설이 진행되고 있고, 부산 기장군에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이 확정됐다. 지역 주민이 원하는 핌피(PIMPY)는 없고, 님비(NIMBY)만 잔뜩 생기는 게 현실이다.

이들 지역은 인구마저 급속히 줄어, 한때 400만을 육박하던 부산 인구는 350만명대(5월 기준)로 떨어졌고, 대구 인구는 248만여명으로 제3의 도시 명성을 서울과 인접한 인천(293만여명)에 내준 지 오래다. 부산 역시 2020년대에는 인천에 제2의 도시 자리를 물려줘야 할 처지다. 정부가 행정 수도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등 지방에 대한 배려도 있었지만, 이는 오히려 수도권 외연의 팽창이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했고, 영호남권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졌다.

정부는 이번 영남권 신공항 유치전 논란을 교훈으로 삼아 지금부터라도 지방 살리기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수도권만 팽창하고 지방은 시들어가는 작금의 현실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이를 외면하면 제2, 제3의 신공항 불복 드라마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한창만 전국부장 cm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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