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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무 '미운오리' 막내가 걸크러시 래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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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무 '미운오리' 막내가 걸크러시 래퍼로

입력
2017.07.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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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여성 아이돌의 상징이 된 그룹 마마무 멤버인 화사는 “비욘세 등을 보며 어려서부터 당당한 여성을 꿈꿨다”고 말했다. RBW제공
당당한 여성 아이돌의 상징이 된 그룹 마마무 멤버인 화사는 “비욘세 등을 보며 어려서부터 당당한 여성을 꿈꿨다”고 말했다. RBW제공

가수 이효리는 지난 4일 6집 ‘블랙’ 발매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요즘 가장 눈여겨보는 후배로 그룹 마마무를 꼽았다. 소속사도 다르고 친분도 없는 마마무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단 하나, “끼가 넘쳐서”였다. “대학축제에서 라이브로 노래하는 유일한 걸그룹”이란 평(공연기획사 메르센엔터테인먼트 김재형 대표)이 나올 만큼 실력파로 통하는 마마무는 틀에 박힌 아이돌 군무를 벗어나 자유롭게 무대에서 뛰논다. “눈치 보지 마, 네가 바로 보그(Vogue)”라고 외치는 신곡 ‘나로 말할 것 같으면’처럼 당당한 여성을 주로 노래하며 여느 걸그룹과 다른 길을 걷는다.

‘개성’, 그리고 ’진취적 여성’이란 화두를 앞세운 노래도 꾸준히 인기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1월~6월) 음원 성적 19위에 오른 ‘데칼코마니’를 비롯, ‘음오아예’(2015)와 ‘넌 is 뭔들’(2016) 등의 노래들은 멜론 포함 6개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5,000만번 이상 재생됐다. 3년에 걸쳐 스트리밍수 5,000만번 이상을 기록한 아이돌그룹은 마마무가 유일하다.

“너만 없으면 예쁜 걸그룹” 악평을 실력으로 뚫다

그룹의 인기와 맞물려 눈길을 끄는 건 팀 막내 화사의 활약이다. 풍부한 표정 연기, 감칠맛 나는 랩으로 팀의 활력소 역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화사 특유의 허스키한 중ㆍ저음은 마마무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도 이바지했다.

화사의 성장 스토리는 그룹 2NE1 멤버인 씨엘과 비슷하다. 데뷔 초엔 주목 받지 못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랩과 노래 실력으로 재조명 받는 사례다. 최근 서울 상암동 한 카페에서 만난 화사는 “데뷔 초엔 ‘화사만 없으면 (마마무가) 예쁜 걸그룹이 됐을 텐데’라며 탈퇴를 요구하는 댓글들을 보고 상처받았다”며 “이 악플들 때문에 ‘날 제대로 보여주자’라고 자극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팬들을 위해 만든 노래 ‘놓지 않을게’ 중 “오고 갈데 없는 나, 무너지기도 수십 번이야”라고 노래한 대목은 화사 본인의 얘기다. 전주에서 홀로 서울로 올라와 가수가 되기 위해 고1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옥탑방에 살면서 곡당 5만 원이던 가이드(데모) 녹음을 해 용돈을 벌었다. 차비를 아끼기 위해 녹음실이 있는 청담동에서 집이 있던 사당동까지 걸어 다녔다. 지하철을 타도 20여분이 넘게 걸리는 길이다. “겨울에 부모님 집 난방비가 9,000원 나왔다는 소릴 듣고 너무 슬퍼 울었다”는 화사는 떳떳한 딸이 되고 팠다. 3년간 이를 악물고 버틴 끝에 2014년 마마무 멤버로 데뷔했다.

“발라드 가사는 죽어도 못 쓰겠어요!”

화사에겐 여성팬이 많다. 무대에서 거침없기 때문이다. 직접 작사ㆍ작곡한 솔로곡 ‘프리킨 슈즈’에서는 “누나한테 장가 와”라고 랩을 하고, ‘내 맘이야’에선 “개굴개굴 청개구리 같은 여자”라며 세상에 길들지 않은 여성의 멋을 노래했다. 화사는 “어려서부터 당당한 여성이 좋았다”며 웃었다. “배우 김혜수와 비욘세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설명이다.

화사는 초등학생 때부터 불의를 못 참았다. 동성 친구가 남자 녀석들에게 놀림받고 속상해 하면, 남자들을 찾아가 따진 뒤 꼭 사과를 받아냈다. 이런 성격은 힙합에 딱 어울린다. “고1 때부터 가사를 쓰기 시작했는데, 발라드에 맞는 노랫말은 죽어도 못 쓰겠는 거예요. 화법이 맞지 않는다랄까요. 제 생각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데 랩이 맞는 걸 알게 돼 랩을 하게 됐죠.”

그런데 의외의 면모도 있다. 화사의 본명은 안혜진, 화사를 일러 그는 안혜진과는 별개인 “또 다른 자아”라고 했다. ‘안혜진’과 ‘화사’ 사이에는 다른 면이 많다는 뜻이다. 화사는 “무대 위 당당한 모습과 달리 카메라 울렁증도 심하고 무대 공포증도 있다”고 했다.

그룹 마마무 멤버인 화사는 솔로 활동 시 음악적 방향으로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꿈꿨다. 와인하우스는 독보적인 음색을 지닌 천재 여가수로 꼽혔으나 스물 여덟의 나이로 요절했다.
그룹 마마무 멤버인 화사는 솔로 활동 시 음악적 방향으로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꿈꿨다. 와인하우스는 독보적인 음색을 지닌 천재 여가수로 꼽혔으나 스물 여덟의 나이로 요절했다.

“뜨겁게 살자” 발목에 새긴 ‘공명’

낮과 밤이 다른 ‘지킬 앤드 하이드’처럼 극과 극의 모습이 공존하는 화사의 좌우명은 “뜨겁게 살자”다. 카메라 울렁증, 무대 공포증을 떨쳐내고 무대에서 뛰놀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화사는 왼쪽 발목에 공명이란 뜻의 영어 단어 ‘Resonance’를 문신으로 새겨놨다. 나의 울림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울림이 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담겼다.

아이돌로 출발한 화사의 목표는 “아이돌이란 틀을 벗어나는 것”이다. 화사는 지난 5월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가수 한영애의 ‘누구 없소’를 능숙하게 소화해 화제를 모았다. 솔로 활동을 한다면? “에이미 와인하우스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게 희망이다. 와인하우스는 독보적인 음색을 지닌 천재 여가수로 꼽혔으나 스물 여덟의 나이로 요절했다. 재즈와 솔 음악을 버무린 노래 ‘러브 이즈 루징 게임’ 등으로 유명하다.

“뜨겁게 살자”라는 좌우명을 가진 화사에게 사실 이런저런 장르 구분은 무의미하다. “록 음악도 자신 있어요. 홍대 부근 작은 극장을 돌며 통기타를 연주하며 관객들과 만나는 꿈도 꾸고요. 무슨 노래를 하건 어떤 무대에 서건 ‘마지막까지 뜨거웠던 가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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