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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내내 책의 깊이와 쉬운 서술에 감탄했어요”

입력
2017.12.21 16:5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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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공동수상작 '실크로드 세계사'에 대해 이재황 번역가가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58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공동수상작 '실크로드 세계사'에 대해 이재황 번역가가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하하하. 제가 무슨 ‘번역가’입니까. 아직 몇 년 하지도 않았는데요.”

‘실크로드 세계사’(책과함께 발행)로 58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부문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번역가 이재황(58)씨에게 번역가로서의 고충을 묻자 손사래부터 쳤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간간히 이런저런 작업을 했지만 아편 전쟁을 다룬 첫 번역서 ‘초목전쟁’을 낸 게 2015년이니 번역가 생활은 만 3년 남짓이다. “그래도 ‘번역가’라면서 번역에 대해 뭔가 얘기하려면 한 10년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씨와 한국출판문화상은 이미 구면이다. 같은 해, 그러니까 본격적인 번역가의 길로 접어들던 2015년 내놨던 ‘비잔티움 제국 최후의 날’로 번역 부문 본심에까지 올랐었다. 로마제국의 마지막 순간을 아주 생생한 필치로 묘사해낸 이 책은 책 자체의 가치는 물론, 번역까지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수상에는 아깝게 실패했다. “그렇게 끝나나 했는데 이렇게 다시 한국일보와 인연이 이어져서 기쁘다”며 웃었다. ‘초보 번역가’라곤 하지만 번역가로 데뷔할 때부터 만만치 않은 주목을 받은 셈이다.

‘실크로드 세계사’는 실크로드의 관점, 그러니까 중앙아시아의 관점에서 세계 역사를 쓴 책이다. 실크로드는 한동안 잊혀졌으나 소련이 망하고, 중앙아시아 일대 자연자원에 눈길이 쏠리고, 유라시아 대륙이 연결되면서 다시 부각됐다. 사실 이 정도 내용이라면 비교적 흔하다. 이 책의 최대 강점은 몽골제국 같은 옛 이야기만 하지 않고, 1ㆍ2차 세계대전 뒤 미국과 이슬람세계의 갈등은 물론, 중국의 일대일로까지 다 집어넣었다는 데 있다. “주로 ‘장안~로마’ 길만 다루던 이전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절반 이상이 근ㆍ현대사를 다루고 있잖아요. 역사적 사실에서 현대세계의 갈등까지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요.”

번역하는 내내 저자의 실력에 감탄을 거듭했다. “방대한 자료를 섭렵한 뒤 큰 흐름의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면서 사이사이에 아주 적절한 에피소드를 잘 배치한 책이에요. 그 깊이, 그리고 그 깊이를 손쉽게 담아내는 서술전략까지 전부가 부러운 책이지요.” 아직도 ‘실크로드 세계사’와 완전히 이별하지는 못했다. 이 책에 대한 격찬이 쏟아지다 보니, 아동용으로 다시 편집해 출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아동용 책의 번역 작업도 맡았다. 아동용 책은 원서와 거의 동시에 출간될 수도 있다.

이씨의 전공은 원래 동양사다. 해서 한문에 관심이 많다. 한자가 아니라 한문을 읽고 싶어하는 성인들을 위한 한문공부 책을 따로 내기도 했다. 번역자로서 동양사 책은 한번쯤 도전해 보고픈 대상이다. “요즘 중국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제 눈에 좀 불편한 점이 더러 눈에 띌 때가 있습니다.” 중국 책은 의외로 번역이 까다로운 책으로 꼽힌다. 중국 저자들이 영어권 저자들처럼 치밀하게 글을 쓰지도 않는데다, 원문 자체에 오ㆍ탈자가 수두룩한 경우가 많아서다. ‘번역가’라는 호칭이 아직 부끄럽다면서도, 동양사 전공자이자 한문공부 책을 낸 저자로서 도전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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