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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행복하게 사는 집을 설계하는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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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행복하게 사는 집을 설계하는 건축사

입력
2018.01.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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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 시미즈 미쓰루 씨(왼쪽)와 그의 반려묘 ‘카이’와 ‘잇큐’. 큰 고양이 ‘잇큐’는 미쓰루 씨가 처음 입양한 고양이다. 시미즈 미쓰루 블로그 캡처, 원 러브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 시미즈 미쓰루 씨(왼쪽)와 그의 반려묘 ‘카이’와 ‘잇큐’. 큰 고양이 ‘잇큐’는 미쓰루 씨가 처음 입양한 고양이다. 시미즈 미쓰루 블로그 캡처, 원 러브

우연히 만난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한 건축사의 인생을 크게 바꿨습니다.

일본의 반려동물 포털 ‘원 러브’(One Love)는 고양이와 행복하게 사는 집을 설계하는 전문 건축사 시미즈 미쓰루 씨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미쓰루 씨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을 설계한 계기는 반려묘 ‘잇큐’입니다. 잇큐는 12년 전 길을 걷던 미쓰루 씨의 다리에 갑자기 매달렸다고 하는데요. 원래 동물을 좋아하던 미쓰루 씨는 잇큐를 임시보호하면서 입양 보낼 곳을 찾을 생각으로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당시 미쓰루 씨가 살던 집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없는 집이었지만 미쓰루 씨 부부는 정든 잇큐를 내보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잇큐를 위해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으로 이사한 뒤에는 그의 아내도 회사 근처에서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왔다고 하는데요. 바로 둘째 ‘카이’였습니다.

미쓰루 씨는 반려묘 잇큐가 집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고양이가 잘 지낼 수 있는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사진은 미쓰루 씨가 설계한 한 의뢰인의 집. 원 러브
미쓰루 씨는 반려묘 잇큐가 집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고양이가 잘 지낼 수 있는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사진은 미쓰루 씨가 설계한 한 의뢰인의 집. 원 러브

문제는 그 뒤에 생겼습니다. 잇큐는 이사한 집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놀아달라던 카이로부터는 심한 공격을 받은 뒤 건강이 나빠진 것이었습니다. 잇큐가 다니는 동물병원 수의사도 “수의사는 질병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부상 예방이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주거환경에 대해서는 조언하기 힘들다”고 말했는데요. 이 말을 듣고 미쓰루 씨는 잇큐를 위해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을 전문적으로 짓는 건축사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 뒤로 미쓰루 씨는 반려동물의 신체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건축자재를 찾거나 건축사이자 반려동물 미용사인 지인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고양이 생태나 행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쓰루 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 시공 사례는 고양이가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일인데요. 미쓰루 씨의 의뢰인은 고양이 여섯 마리와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의뢰인은 고양이들이 즐길 수 있는 방으로 설계해줄 것을 요구했고 미쓰루 씨는 의뢰인의 꿈을 실현해주기 위해 도면을 그리고 모형을 제작하며 여러 차례 협의를 거듭했습니다. 그렇게 2개월이 흐른 뒤, 고양이를 위한 아파트 리모델링 작업이 끝났고 의뢰인은 매우 기뻐했다고 합니다.

미쓰루 씨가 설계한 한 의뢰인의 집. 이 집은 다묘가정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캣워커들이 특징이다. 원 러브
미쓰루 씨가 설계한 한 의뢰인의 집. 이 집은 다묘가정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캣워커들이 특징이다. 원 러브

미쓰루 씨가 가장 깊게 고민한 점은 고양이가 오르내릴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미쓰루 씨는 “캣워커(고양이가 다닐 수 있도록 벽에 설치한 선반)는 고양이들이 서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치수로 제작했다”며 “쫓기는 고양이가 막다른 곳에서 뛰어내리다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중간에 뛰어내릴 수 있는 공간도 만드는 등 여러 마리가 함께 하는 집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가지 특징은 고양이가 창 밖을 즐겁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 점입니다. 이는 미쓰루 씨의 집에서도 중요하게 여기는 점인데요. 미쓰루 씨는 “창문을 열면 바람 냄새도 느껴진다”며 고양이들도 이를 분명 즐겁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쓰루 씨는 고양이뿐 아니라, 고양이를 바라보는 반려인도 행복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집을 설계했다. 원 러브
미쓰루 씨는 고양이뿐 아니라, 고양이를 바라보는 반려인도 행복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집을 설계했다. 원 러브

집을 즐기는 것은 고양이만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고양이를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게 하려는 미쓰루 씨의 생각은 의뢰인의 집에도 구현됐습니다. 캣워커에 강화 유리를 적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반려인은 위에서 걸어다니는 고양이의 발바닥을 보면서 즐거워할 수 있습니다. 유리는 특히 여름에 서늘하고 상쾌해 고양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었다고 하네요.

미쓰루 씨는 고양이와 반려인의 행복을 더 많이 설계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맞춤형 주거 환경을 계속하다 보면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근에는 간단하게 혼자서 만들 수 있는 캣 워커를 개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쓰루 씨를 ‘고양이 전문’ 건축사의 길로 인도한 잇큐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악성 림프종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미쓰루 씨 부부는 현재 카이와 새로 입양한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는데요. 하지만 잇큐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미쓰루 씨는 어딜 가든 자신을 ‘잇큐 건축사’라고 소개하는데요. 앞으로도 자신들의 반려묘들 뿐 아니라 일본 전역의 고양이와 반려인이 행복해지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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