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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민소득 4만달러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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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민소득 4만달러의 길

입력
2018.01.09 13: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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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 일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G20 국가 중 9번째로 3만달러 진입이다. 또 ‘인구 5,000만명ㆍ소득 3만달러’ 국가군에도 7번째로 등록한다. 그럼에도, 국민이 체감하는 분위기는 무덤덤하다. 소득 향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고용 사정 등이 답보 상태이기 때문이다.

성장 잠재력 제고와 고용창출의 동력원은 설비투자다. 최근 고용과 설비투자 관계는 다소 약화되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신사업보다는 기존 설비 재정비에 투자가 치중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장주도 분야인 전기ㆍ전자산업도 자동화 설비 중심의 스마트공장 비중이 높아져 고용 흡수력이 약화되었다.

지난해 3% 성장률 달성에는 설비투자의 기여가 컸다. 반도체 등의 수출 호황이 지렛대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반도체 경기의 특성상 호황 장기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의 과잉 투자에 따른 재래산업의 경쟁 심화와 한국의 미래산업 진입 지체 등으로 설비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향후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대 안정 성장, 5%대 설비투자 필요’라는 최근 시산 결과와 다소 거리가 있다.

최근 산업은행의 설비투자 동향 조사를 보면, 올해 투자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수요 부진과 불확실한 경기 전망이 설비투자를 제약할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위험 회피 성향을 지속시켜온 주요 요인들이다. 다만 금융 여건은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제약 순위가 낮았다. 한편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중요하게 인식하나 투자 계획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호전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 환경 평가는 점차 긍정적으로 전환될 것이다. 그래도 기업이 ‘야성적 본능’을 발휘하기에는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 경제 성숙화로 자본 축적도가 높아져 자본생산성은 낮아졌고, 투자효율성 제고와 시장개척 등을 겨냥한 해외 직접투자 유인이 늘었다. 자본재의 수입 의존도가 증가하면서 국내투자 유발효과를 제약한다. 또한 한계기업의 비중도 늘어나 동종 산업 내 투자 여력을 잠식한다.

성장 견인력 제고를 위한 설비투자 지원정책을 재정비할 때다. 우선 구조적 제약요인의 해소가 급선무다. 지난해 말 산업부가 발표한 ‘새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의 국내투자 활성화 방안에 기대가 크다. 규제나 근로 조건 등을 최소한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 해외투자와 국내 설비투자 간 상호보완 관계를 유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수출 완제품의 후방산업, 예컨대 제조장비, 중간재나 부품소재산업 등의 기술개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국내 투자 부진을 보완할 외국인 직접투자에 문호를 활짝 열어 고용친화적일수록 인센티브를 더 주어야 한다.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이 회귀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서둘러 금융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고 신규 투자를 촉진케 해야 한다.

제조업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고용 창출력을 배가하는 길이 보인다. 고용유발 효과가 높고 성장잠재력이 큰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 투자 활성화 방안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양질의 고용창출 문을 열려면 연구개발 투자부터 늘려야 한다. 산학연 공동연구, 연구인력 양성, 지적재산권보호 강화, 담보 위주의 투자대출 관행 지양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벌써 첨단업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등 무형자산 투자 증가율이 설비투자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다.

성장잠재력 확충과 성장의 고용연계 고리 강화는 ‘시간의 축적’을 요구한다. 설비투자가 고용창출 역량을 발휘하려면 최소 3년, 투자 계획까지 감안하면 더 많은 시간을 요한다. 재래산업의 성장활력 유지가 신산업 추진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다. 기업도 여건 호전에만 기대지 말고 미래 생존을 위해 ‘과거 성공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투자를 늘려나가야 한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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