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억제 의지 과시 차원 판문점 방문
“북한 위협 한국만큼 받아들인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추가 제재를 논의하는 상황에서 전격 방한한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9일 판문점을 찾았다. 대북 제재안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그가 협상 도중 방한해 이례적으로 판문점을 방문한 것은 강력한 대북 억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파워 대사는 이날 헬기를 타고 낮 12시 17분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인 캠프 보니파스에 도착한 뒤 장병식당에서 한미 장병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어 오후 1시31분께 토머스 밴달 미 8군사령관과 이승준 유엔사 군사정전위 비서장(대령)의 안내를 받아 판문점을 방문했다.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T2)을 둘러본 파워 대사는 북한 지역이 내려다보이는 판문점 내 우리측 제3초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파워 대사는 당초 판문점에서 대북 메시지를 낼 것으로 알려졌으나, 취재진에게 특별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남북 분단 현장에서 북한에 대한 지나친 자극을 자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워 대사는 대신 이날 오후 서울 남영동 미 대사관 공보원에서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한의 불법 탄도미사일 발사 때마다 이곳 사람들이 처하고 있는 위험의 근접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판문점 방문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안보리가 북한을 압박하는 한가지 도구이긴 하지만, 미국은 이를 다루기 위해 모든 도구를 사용할 의지가 있다”며 “외교적 압박이 포함돼 있고 미군이 제공하는 억지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국보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는 한국만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우리의 의지는 흔들림 없고 철갑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 대북 제재에 대해선 “(대북 결의 2270호) 허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결국 결의의 이행 여부는 회원국들에게 달려 있고, 그래서 한미가 회원국들에게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파워 대사는 이날 오전 방한 첫 일정으로 경기 안성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를 방문해 탈북민들과 예배를 같이 본 후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파워 대사는 “국제사회는 북한 내부 주민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으며 이런 어둠에 빛을 비추기 위해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워 대사는 전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때도 “북한 정권의 통치 하에서 고통 받아온 사람들(탈북민)을 만나기 위해 왔다”면서 “그들의 얘기를 듣길 원하고, 그런 경험을 갖고 뉴욕으로 돌아가 결의안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빈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외교부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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