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8살 여아를 잔인하게 성폭행한 조두순이 감옥에서 직접 쓴 탄원서가 처음 공개됐다. 지난 14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조두순이 재판 과정에서 총 7차례에 걸쳐 300장 넘는 분량으로 제출한 자필 탄원서 내용이 공개됐다.
탄원서에서 조두순은 범죄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조두순은 “짐승도 하지 않는 그런 악독한 짓을, 절대로 그런 파렴치한 짓을 일삼는 저주받을 인간이 아니다”라며 “술을 마시고 다녔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술이 깨고 나면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모든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는 반듯하게 살아왔다”며 “아무리 술에 취해도 여자에겐 매너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실제 조두순은 1심에서 만취 상태에 일어난 범죄(심신장애)라는 점이 인정돼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다.
조두순의 탄원서를 살펴본 전문가는 탄원서가 얼핏 보기엔 치밀하지만, 허점이 많다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탄원서 하나만 보면 ‘이 사람 되게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글 구성, 논리가 (치밀하다)”며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논리나 이런 게 하나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정식 프로파일러도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하는 기술이 그럴듯하다”라며 이는 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여아의 아버지 A모씨는 조두순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데 아주 선수”라고 말했다. A모씨는 이날 “아주 선수다. 빠져나가는 미꾸라지처럼”이라며 “재판장에 들어올 적에 재판장을 싹 훑는다. 그러고서는 판사님 앞에 딱 향하는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절을 한다. ‘이게 재판이 쉽지는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두순이 교도소에서도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교도소 관계자는 “(조두순이) 범행에 대해 계속 변명만 했다”며 “보통 시간이 지나면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하는데 조두순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했다. 경찰 분석에 따르면 조두순의 사이코패스 지수는 40점 만점에 29점으로 기준치(25점)를 넘었다. 이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25점),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범 강호순(27점)보다 더 높은 수치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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