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환희 기자

등록 : 2018.06.14 04:40

[36.5°] ‘영웅’ 손흥민과 ‘미운’ 오지환

등록 : 2018.06.14 04:40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국제공항에 도착해 FIFA 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토트넘)의 병역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지난 3월, 한 축구팬이 “내가 대신 군대에 가겠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그의 병역을 면제해줘야 한다며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이뤄질 정도로 모처럼 한국 축구에 등장한 세계적인 공격수를 지키고자 하는 팬심은 뜨거웠다. 반면 최근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발탁된 오지환(LG)을 향한 야구팬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노골적으로 병역 혜택에 집착했다는 비난과 실력으로 정당하게 선발됐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여론이 팽팽하다.

왜 손흥민은 병역 면제를 받아 마땅하고, 오지환에겐 엄격할까.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인 ‘월드 스타’와 그에 비견할 수 없는 ‘일개’ 야구 선수의 차이로 생각하면 간단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한국 축구를 보면 답답할 때도 있지만 참 ‘짠하다’. 그토록 밤잠을 설쳐 응원을 보내지만 세계 수준에 다가서기가 어렵고,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다. 야구에선 언제부턴가 아시안게임이 곧 병역 혜택의 수단처럼 돼 버렸다. 적수라고 해 봐야 일본과 대만인데 일본은 프로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 선발팀을 내보내 대만만 잡으면 무난히 우승이 가능하다. 이 두 나라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중학교 수준의 야구를 하는 나라들뿐이다. ‘손흥민을 야구 대표팀으로 보내달라’는 축구팬들의 ‘웃픈’ 하소연까지 나온다. 군 입대를 미루고 미뤄 현역 입대 처지에 몰린 오지환은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혀 병역 혜택을 노리겠다는 뜻을 지난해 말 구단을 통해 전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왔다.

스포츠 스타의 병역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박주영이 달갑지 않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당시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는 뽑지 않겠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아스널에서 제대로 경기를 뛰지 못하던 박주영은 와일드카드로 선택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홍 감독은 “박주영이 군 면제를 받지 못한다면 내가 대신 가겠다”며 그를 감싸기도 했다.

LG 오지환. LG 제공

국가를 대표해 국위 선양을 하는 운동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의 선물이 주어지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 ‘가치’에 대한 평가는 영원한 딜레마다. 예컨대 같은 야구라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세계 최고의 일본, 쿠바, 미국을 모두 꺾고 기적의 우승을 차지해 누구에게 병역 면제 혜택을 줘도 아깝지 않은 심정이었다. 팀 스포츠인 구기 종목에서 활약의 비중을 메달의 가치로 환산할 순 없지만 반대로 런던올림픽에서 단 4분을 뛰고 동메달의 일원으로 군 면제를 받은 축구 김기희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뒤 부상을 안고 뛰었다고 고백해 역풍을 맞았던 나지완(KIA)은 면제 자격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운동 선수들에게 병역 특례 혜택을 주는 병역법이 만들어진 건 1973년이다.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따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던 시절에 정해진 법으로 처음에는 올림픽, 아시안게임뿐 아니라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3위 이상 입상도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었다. 몇 차례의 손질을 거쳐 1990년부터는 현행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대상이 한정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숙원인 16강을 넘어 4강까지 진출하자 여론의 힘을 얻어 16강 이상의 성적이면 병역 혜택을 주도록 한때 법이 개정됐다. 2006년에는 국제 야구대회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4강에 오르자 ‘WBC 4강 이상’도 포함됐다. 그러나 면제 혜택이 남발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다시 일었고, 세계대회에서 1위를 해도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비인기종목과의 형평성 등의 이유로 ‘월드컵 16강’, ‘WBC 4강’은 2007년 폐지됐다.

결국 지금은 다가오는 러시아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더라도 병역 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 세계농구선수권대회에서 미국프로농구(NBA) 드림팀을 꺾고 우승해도 마찬가지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에겐 예민한 문제다. 그럼에도 군 복무 기간이 전성기 시절과 겹치는 직업의 특수성을 이해해 나라를 빛낸 운동 선수에겐 특혜를 베풀 아량은 얼마든지 있다. 그 방식과 범위가 일반인의 상식에서 동떨어져 있지 않다면.

성환희 스포츠부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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