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준 기자

등록 : 2017.03.18 04:40
수정 : 2017.03.18 04:40

음악인들의 남달랐던 ‘촛불패션’ 4

[리스트 업]

등록 : 2017.03.18 04:40
수정 : 2017.03.18 04:40

‘촛불집회 개근 연예인’. 배우 김지훈을 두고 네티즌이 하는 말이다. 김지훈이 연예인 중 이례적으로 촛불집회에 자주 모습을 비춰서다.

김지훈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가 다른 옷을 입고 시기를 달리해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촛불을 들고 찍은 사진 다섯 장이 올라왔다. 그가 20번의 촛불집회 중 최소 5회 이상은 거리로 나가 시민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는 얘기다.

촛불집회에는 어떤 집회보다 연예인들의 참여가 많았다. ‘촛불’이 정치적 이념 투쟁의 도구가 아닌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에 송두리째 흔들린 민주주의 가치 회복에 대한 열망의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배우 유아인 등 여러 연예인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시민들과 정의 확립에 대한 뜻을 함께

나눴다. 음악인들은 노래로 촛불에 힘을 보탰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무대에 오를 기회가 많았던 만큼, 시국에 대한 비판도 거침 없이 쏟아냈다. 직접 옷을 만들어 세태 풍자를 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촛불집회 공연에 오른 음악인 가운데 ‘깜짝 패션’으로 재치 있게 시국을 비판하거나, 소신을 보여준 사례를 꼽아 봤다.

밴드 두번째 달의 기타리스트 김현보가 머리에 헤어롤을 말고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공연에 섰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출근길 헤어롤 패러디'다. 김종진 인턴기자

헤어롤 말고 나온 기타리스트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 밴드 두 번째 달의 기타리스트 김현보가 무대에 올라 비장한 말을 던지자 거리에 나온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 화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하루 뒤에 열린 마지막 정기 촛불집회의 공연에서다. 눈 여겨봐야 할 곳은 따로 있었다. 김현보는 앞머리에 분홍빛 헤어롤 두 개를 달고 기타를 연주했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당일 뒷머리에 헤어롤을 달고 출근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출근길 모습에 대한 패러디였다.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의 ‘헤어롤 패러디’에 시민들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너도나도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김현보는 공연 후 기자와 만나 “탄핵 인용 결정을 잘 내린 헌재에 대한 감사의 의미”라며 웃었다. “헌법재판소가 ‘세월호 7시간’의 행적에 대해 박 전 대통령에 헌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건 아쉽지만”이라면서 한 얘기다. 두 번째 달은 이날 노래 ‘어사출두’도 연주했다. 김현보는 “대통령 탄핵을 시작으로 적폐청산을 위해 달려야 한다는 의미로 선곡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타에 ‘박근혜 구속, 황교안 탄핵’이란 문구가 적힌 스티커도 붙였다. 두 번째 달은 국악을 기반으로 해외 전통 음악을 버무린 퓨전 음악 밴드다.

소리꾼 오단해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노래하고 있는 모습. 왼쪽에 ‘블랙리스트 면도칼’을 달았다.

‘블랙리스트 면도칼’ 달고 나온 소리꾼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소리꾼 오단해는 밴드 두 번째 달과 11일 함께 무대에 올라 ‘사랑가’를 불렀다.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고 나온 그의 오른쪽 가슴에 유독 빛나는 물체가 달려 있었다. 면도칼이었다. 창을 부르는 사람이 서슬 퍼런 면도칼을 액세서리처럼 달고 나오다니. 그에게 전화를 걸어 면도칼의 의미를 물어보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라고 답했다. 면도칼에는 ‘블랙리스트’와 ‘Made in Korea’(메이드 인 코리아)란 문구가 검은색으로 앞, 뒤에 새겨져 있다. 실제 광화문 광장에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풍자한 면도칼 모형의 설치물이 세워져 있다. 블랙리스트가 면도날이 돼 예술가들의 생명을 끊었다는 비유를 담고 있다고 한다. 오단해는 지난 2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저항하는 취지의 국악 공연을 광화문에서 한 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맞선 예술인들이 ‘블랙텐트’에서 판 ‘블랙리스트 면도칼’을 샀다.

그룹 DJ DOC 멤버인 이하늘이 ‘공공의 적’이란 뜻의 ‘PUBLIC ENEMY’란 영문이 적힌 후드티를 입고 지난해 12월 촛불집회에 섰다. ‘공공의 적’은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뜻한다. 양승준 기자

‘퍼블릭 에너미’ 후드티 입은 이하늘

그룹 DJ DOC 멤버인 이하늘은 지난해 12월 서울광장에서 연 촛불집회에 무대에 오를 때 ‘PUBLIC ENEMY’(퍼블릭 에너미)란 문구가 선명하게 적인 흰색 후드티를 입고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과녁으로 조준한 도안도 새겨져 있었다. 미국 유명 힙합그룹인 퍼블릭 에너미의 2집 ‘잇 테이크스 어 네이션 오브 밀리언 투 홀드 어스 백’ 재킷 이미지를 활용한 패러디였다. 이 앨범에는 ‘리벨 위드아웃 어 포즈’ 등 흑인 인권 차별에 대한 저항 등 사회비판적인 곡이 수두룩해 힙합계에서 명반으로 통한다. 촛불집회 후 기자와 만난 이하늘에 따르면 ‘퍼블릭 에너미’가 적인 후드 티는 그가 직접 디자인해 만들었다. 이하늘과 함께 거리로 나온 김창렬 등 DJ DOC 멤버를 비롯해 매니저도 모두 같은 옷을 입었다. 이하늘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화가 난 게 아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하늘의 어머니는 백반 메뉴로 ‘박근혜 콩밥’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이하늘은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비판 곡 ‘수취인 분명’을 불렀다. ‘미스 박’ 등의 가사가 여성 비하적 표현으로 구설에 오른 만큼, 가사 속 ‘미스’를 모조리 빼고 불렀다.

가수 전인권이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공연에서 노래하고 있다. 김종진 인턴기자

‘세월호 리본’ 단 ‘촛불 가객’

전인권은 촛불집회에서 공연을 가장 많이(3회) 한 가수다. 이때마다 그가 잊지 않은 게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색 리본이다. 그는 11일 열린 마지막 정기 촛불 집회 공연에서도 왼쪽 가슴에 노란색 리본을 달고 노래했다. 시대의 상처로 남은 세월호 참사는 ‘방랑 가객’에게도 큰 마음의 생채기를 남겼다. 그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노래 ‘너와 나’(2015)를 만들었다. 추모 행사에도 여러 번 참석해 유족들의 마음을 달랬다. 전인권은 지난 1월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0일 추모 음악회’에 참여했다. 2015년엔 서울 서교동 롤링홀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 공연 ‘열일곱 살의 버킷리스트’(부제 2학년 5반 이야기)에 서기도 했다. 전인권은 2014년 추진됐다 무산된 세월호 추모 공연을 마음의 빚으로 여기며 세월호 관련 무대를 고민하고 챙겼다. 전인권의 지인에 따르면 그는 세월호 추모 무대에 설 때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할 지를 두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을 만나 진지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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