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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렸다고 타박, 막으면 항의… 학교 보안관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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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렸다고 타박, 막으면 항의… 학교 보안관은 괴롭다

입력
2018.04.16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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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근무로 교문은 1명만 지켜

신분증 깐깐하게 챙기면 민원

2일 오후 인질극이 발생한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교문 앞에 보안관실이 위치해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인질극이 발생한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교문 앞에 보안관실이 위치해 있다. 연합뉴스

“신분증 보여 달라고 하니 반발이 심하네요.”

서울 강동구 한 초등학교의 6년 차 학교보안관 나모(69)씨는 최근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일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인질극 사건 이후 학교 지침에 따라 정문을 통과하는 학부모에게 주민등록증을 요구했더니 “내 아이 보러 왔는데 왜 막느냐”는 볼멘 소리만 들었다. 심지어 학교에 불평불만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씨는 “학부모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학교가 결국 신분증 확인 강화 지침을 흐지부지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초등학교에서 평일 대낮에 벌어진 인질극 이후 학교보안관들은 외부인 검문을 강화하는 등 학교 안전에 만반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적은 인원과 많지 않은 권한으로 하루에도 수십 명씩 오가는 학교를 지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학교보안관의 공통된 고충이다. 특히 이대로라면 제2의 방배초등학교 사건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강남구 A초등학교 학교보안관 김모(62)씨는 “누구든 나쁜 마음을 먹으면 유사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상하다는 이유만으로 몸을 수색할 수 있는 권한이 학교보안관에겐 없는데다가, 무작정 외부인을 막았다가 학교에 민원이라도 들어가면 자신들에게 불똥이 튄다는 이유다. 실제 방배초등학교 인질극 범인 양모(25)씨는 자신이 졸업생인데 졸업증명서를 받으러 왔다고 학교보안관을 속여 정문을 통과했다. 당시 양씨는 흉기를 옷 속에 숨기고 있어 학교보안관 눈에 띄지 않았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 국공립초등학교 562곳에 근무하는 보안관은 1월 기준 1,187명. 교내에 수영장 등이 설치돼 안전취약학교로 지정된 일부 초등학교를 제외하면 대부분 2명이 일한다. 그마저도 교대 근무인지라 평소에는 1명만 교문을 지키고 있다. 학교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혼자서 일일이 확인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보안에 허점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학교보안관들은 학교 안전 책임을 자신들에게만 덮어씌우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방배초등학교가 인질극 당시 근무했던 학교보안관 최광연(64)씨 징계를 논의 중이라는 소식에 대다수 학교보안관은 황당해했다. 강남구 B초등학교 학교보안관 전모(69)씨는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사건 발생 이후 학교보안관이 직접 인질범을 설득하는 등 대처를 잘한 면도 있으니 징계는 부당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교장과 교감이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꼬리 자르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외부인의 교내 출입은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졸업증명서 발급 같은 동사무소 등에서도 가능한 민원인 상대 행정업무는 학교에서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학교보안관은 “규정대로 신분증 확인해 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면 아예 정문을 잠가서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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