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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NATO의 위기와 동맹 외교

입력
2018.07.18 19:03
수정
2018.07.19 16:4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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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맹 외교의 최상부에 위치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2차 대전 이후 안정적인 집단안보의 틀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얼마 전 브뤼셀에서 개최된 NATO 정상회의에서는 미국과 유럽 간 동맹의 간극이 벌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갈등의 주요 원인은 방위비 분담과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 문제였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이후 군비 지출을 증대해 온 반면, 구 소련의 위협이 감소한 탈냉전 시기에 유럽은 방위비 지출을 아끼고 복지예산을 늘려 왔다. 미국이 유럽의 보호 비용을 내면서 무역 적자를 보는 구조를 트럼프 대통령은 껄끄럽게 받아들였다. 2024년까지 방위비 부담을 GDP 대비 2%까지 올리겠다는 유럽의 실행 계획이 지지부진한 것도 문제삼았다.

6월 북미 정상회담 직전 개최된 G7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가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의 골을 깊게 했고, 유럽연합(EU)이 통상 분야에서 만큼은 미국의 적이라는 언급은 동맹국 간에 통용되는 외교적 수사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미국과 유럽의 갈등은 이라크전 때 이미 대두됐다. 신보수주의 입장을 대변한 로버트 케이건이 ‘힘과 나약함(Power and Weakness)’이라는 글에서 힘을 가진 미국은 상대방을 제압하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나약한 유럽은 대화와 타협으로 적과 공존하는 방식을 택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됐다. 그동안 상당 부분 봉합돼 온 NATO와 대서양 동맹의 위기 조짐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한미동맹 관리에 달갑지 않은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전략에서 기존 동맹의 성격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은 하기 어렵다. 특히 경제적 관점에서는 동지 개념보다는 경쟁자 개념이 앞서는 모습도 보여지고 있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다는 수많은 언급이 있었지만, 동맹의 유지와 관리는 과거보다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 원래 외교에 있어 공짜 점심은 없게 마련이지만, 미국의 안보 개입에 대한 비용 부담은 더 직접적으로 제기될 수 있고,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의 조정과 미국의 협상이라는 역할 분담은 단순히 선의에 기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복이 큰 감정 라인과 수사적 측면에 동맹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매우 어렵고, 일회성이 되기 쉽다. 한미동맹의 관리는 오히려 가장 원론적인 차원에서 미국의 주류 정책 결정자들과 대중을 대상으로 한국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조율을 강화하는 데서 이루어져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NATO와 유럽연합을 포함한 글로벌 차원에서의 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한국의 안보전략에 있어 글로벌 개념은 미약했고, 한반도 및 북핵 문제의 현안들에 거의 모든 역량이 집중돼 왔다. 대서양 관계나 유럽의 안보전략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어렵게 비준시킨 EU와의 위기관리협정 역시 정책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이제 본격적인 협상 단계로 들어서는 비핵화 논의와 중장기적인 북한 개방 유도 전략에 있어서는 동북아를 넘어서는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

NATO는 이번 정상 선언문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남북, 그리고 북미 정상 간의 대화를 지지하는 동시에 북한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폐기, 생화학 무기의 제거와 관련 협정 준수를 강하게 요구했다. 상당 기간 동안 진행될 비핵화 논의와 실행에 있어 필수적인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한반도 평화구축의 당위성만 강조해서는 충분치 않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그만큼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하고, 보편적인 안보와 개발 의제에 대한 논의를 늘려나가야 결정적 순간에 국제사회가 한국의 우군이 될 수 있다. 동맹은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관리돼야 한다.

이재승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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