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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쇠고기 빅3 입맛에 길들여질라… 갈수록 비싸지는 한우보다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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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쇠고기 빅3 입맛에 길들여질라… 갈수록 비싸지는 한우보다 경쟁력

입력
2014.11.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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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호주·뉴질랜드와 FTA 체결에도 당장은 한우 브랜드 큰 타격 없지만

가격 차 벌어지며 시장 잠식 우려, 소값에 민감한 영세 농가에 직격탄

농민·소비자 단체 등으로 구성된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대표자들이 17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교육원에서 '11월 농민총력투쟁'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민·소비자 단체 등으로 구성된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대표자들이 17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교육원에서 '11월 농민총력투쟁'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체결된 한ㆍ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내 쇠고기 시장이 쇠고기 수출 3대 강국(호주 미국 뉴질랜드)에 빗장을 활짝 열면서 축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우’ 브랜드 파워가 수입산 쇠고기에 쉽게 밀리지 않을 거란 낙관론도 있지만, 관세가 점차 줄어들면서 무서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입 쇠고기에 시장을 잠식당할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타격은 특히 소규모 축산 농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한ㆍ호주 FTA 발효 시 국내 한우농가 생산액은 연간 63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15년간 예상되는 생산 감소액 1조109억원을 15로 나눈 금액이다.

국내 쇠고기 시장이 현재 한우 50%, 호주산 28%, 미국산 17%, 뉴질랜드산 4% 정도로 구성된 점을 감안하면 이 산식을 그대로 적용할 때 3대 강국과 FTA체결에 따른 수입 피해액은 연간 1,1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한우 농가의 생산액이 연간 3조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만 놓고 볼 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낙관론도 일부 나온다.

하지만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는 걸 감안하면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 수입 쇠고기 가격은 단계적 관세율 철폐(매년 2.7% 감축)에 따라 매년 인하돼 미국산은 2027년부터, 호주ㆍ뉴질랜드산은 2030년부터 관세율이 0%가 된다. 미국산은 한우에 비해 생산비가 2분의 1, 호주ㆍ뉴질랜드산은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데 이런 가격차이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셈이다. 매년 관세가 지속적으로 내려가면서 농가의 피해는 해마다 불어나는 구조라는 얘기다.

더구나 한우 생산량이 줄어드는 최근 추세를 보면 전망이 밝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1~2013년 한우 값이 폭락하며 축산 농가들이 기르던 암소를 대거 도축한 탓에 생산량이 줄어들며 한우 값은 2017년까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우 값이 올라 가격 차가 벌어지면 수입 쇠고기가 점점 한우 수요를 대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인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실장은 “현재로서는 수입 쇠고기가 한우의 ‘완전 대체제’는 아니라고 보지만 가격 격차가 커질 경우 대체 효과가 점점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 농가에 대한 피해는 사육두수 20마리 미만인 영세 소농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일수록 마리당 생산비가 더 많이 들고, 소 값 변동에도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FTA 발효 전인 2011년 3분기에는 20마리 미만 축산 농가 수가 12만8,000여가구였지만 올해 3분기에는 7만5,000여 가구로 41.5%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전체 사육두수는 304만여마리에서 282만마리로 7.4%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강우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차 산업을 말살하는 곳은 없다”면서 “한우 사육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사료비에 대한 정부의 원가 절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박나연인턴기자(경희대 호텔관광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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