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공정성이 생명" 불구 "객관성 담보할 장치 필요" 지적
대학 관계자들은 면접이 “학생을 평가하는 중요한 선발 방식이기 때문에 공정성이 생명”이라고 말한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질문이 이뤄지고 수험생의 면접 태도, 발언의 논리성, 음성, 인간관계 등도 총체적으로 점검하면 선발 대상이 눈에 띈다고 강조한다. A대학의 교수는 “전공 교수와 입학사정관들이 합숙에 들어가 면접 문항을 정하기도 한다”며 “생각나는 대로 묻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면접을 치른 수험생들의 생각은 다르다. 면접후기에 따르면 한 수험생은 “이미 서류평가에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된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면접 내용이 좌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교수님들이 나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별 반응이 없었다. 작년 면접 본 선배들은 자소서 활동 위주로 물어봤다는데 이번엔 그런 내용도 거의 없었다. 불투명성이라는 면접의 특성을 그냥 받아들이고 최대한 대비하라는 것 말고는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없다”고 말했다. 면접을 통한 선발 방식에 변별력이 없어 사실상 ‘추첨’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주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면접의 특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약 10분 안팎의 질문과 대답으로 수험생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스펙 남발로 학교생활기록부가 한 학생당 15장 안팎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데 수백~수천명의 서류를 면접관이 꼼꼼히 읽고 질문 몇 개로 수험생의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지방 B고 교사는 “면접 교수 1명이 100명을 담당한다고 하면 학생부만 1,500장이 될 것이고 자소서도 추가되는데 다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면접태도 등을 보고 선발한다는 것은 어린 학생들에게 가혹한 처사”라고 말했다.
더욱이 면접은 점수를 공개하지 않아 기준조차 알 수 없으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도 없다. 이번 수시 모집에 지원한 서울의 C일반고 3학년 이모(18)군은 “복장을 단정히 하고 당황하지 않아야 하며, 제출한 서류를 꼼꼼히 체크하라는 것 말고 뾰족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준비하는 데 힘들다”며 “수능 문제에 오류가 있다면 작년(세계지리 과목)처럼 소송도 제기할 수 있지만 면접은 이의 제기도 할 수 없다”며 불안해했다.
때문에 면접의 객관성을 최대한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과거 논술 평가도 너무 자의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정답을 요하는 것으로 바뀌고 엄격하게 관리돼 통제권 안에 들어왔다”며 “면접도 서류로서 증거를 남기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어떤 형식의 면접이든 시간이 짧으면 불확실성이라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어렵다”며 “대학도 고충이 있지만 입시 문제는 사회적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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