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상하원 합동연설 세계가 주목
영어로 연설 교묘하게 악용
모호한 화법으로 피해 갈 가능성
오바마와 회담서 中견제 모색할 듯
‘아베 외교’의 최대 분수령이 될 미국 방문이 26일부터 시작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내달 3일까지 미국을 방문, 일본 총리로선 처음으로 의회 상ㆍ하원 합동연설 무대에 설 예정이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후 70년을 맞아 미일동맹을 한층 강화하는 일련의 일정을 소화한다.
이번 방문은 미일동맹 격상과 역사인식 문제 정면돌파에 맞춰져 있다. 핵심 이벤트는 29일 의회 연설. 일본외교력을 총동원해 성사시킨 이 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패전국과 승전국 관계로 시작한 양국이 이젠 국제평화를 위한 안보협력을 전세계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관건은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해 어떤 인식을 드러내는가에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이목이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1941년 진주만 기습으로 시작한 대미 전쟁을 ‘깊이 반성’하되, 1931년 만주사변을 필두로 한 중국 침략이나 한국에 해당되는 식민지배 등은 모호하게 피해갈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특히 총리 측은 영어 연설이란 점을 교묘히 활용하고 있다. 이미 22일 아시아ㆍ아프리카 정상회의(반둥회의) 연설에서 간접 언급한 ‘깊은 반성’문구를 영어연설문에선 ‘deep remorse’로 표현했다. 총리관저 측은 단순한 ‘내적 반성’을 의미하는 ‘reflection’보다 훨씬 강한 표현을 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deep remorse’는 ‘무라야마 담화’에 나오는 ‘통절한 반성’의 일본정부 공식 영문버전이다. 결국 실제론 사죄하지 않고서도 영문판은 무라야마 담화와 같은 반열로 해석되도록 한 셈이다. 이런 행태가 의회 연설에서도 재현된다면 미국일정 내내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싼 국제적 역사ㆍ외교논쟁이 정점에 치달을 전망이다.
다만 미국 현지 움직임을 감안하면 예기치 않은 후폭풍을 감수해야 해 전향적 언급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차 세계대전 국립기념비도 들러 주변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상징적 행보도 진행한다.
연설 하루 전날인 28일엔 미일 정상회담이 있다. 두 정상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큰 틀의 합의를 시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으로 국제금융질서에 도전장을 낸 중국을 견제한다. 27일 외교ㆍ국방장관(2+2)회담은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조인한다. 일본의 ‘보통국가화’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후반 일정을 ‘위안부 소녀상’이 있는 캘리포니아주 지역에 할애한 점도 함의가 작지 않다. 일본 보수층으로부터 한국계 및 중국계 주민들의 ‘반일공세’기점으로 불리는 이 곳에 가 반일 흐름을 ‘봉쇄’하고 일본계 여론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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