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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가금류 30% 살처분돼야 백신 사용? 졸속 대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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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가금류 30% 살처분돼야 백신 사용? 졸속 대책 우려

입력
2017.06.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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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검영본부 AI 회의서

40일 경과 등 백신접종 조건 제시

“문제 심각성 망각… 반성 없어”

“대통령 질책에 궁여지책” 지적

축산업ㆍ학계 일부 백신 사용 반대

방역당국 성급한 대책 낼까 경계

방역당국이 전체 가금류의 30% 이상이 살처분되는 등 축산업계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후에야 마지막 수단으로 백신 카드를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겨울 AI 대응 과정에서 대규모 살처분 방식의 한계가 드러난 데다, 최근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이 질책에 궁여지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런 백신 정책이라면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25일 본보가 입수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고병원성 AI 태스크포스(TF)팀 회의자료’에 따르면, 당국은 AI 발생시 긴급 백신접종을 검토하는 조건으로 ▦최초 발생 40일 이후에도 감소 조짐이 없는 경우와 ▦전체 가금의 30%가 피해를 보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2018년 항원뱅크가 구축될 것에 대비해 백신접종 검토 절차를 미리 마련해 두자는 취지”라고 방역당국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같은 조건은 지난 겨울 발생한 AI가 최초 발생 40일 이후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고, 전체 산란계 농장의 30% 가량이 피해를 본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TF팀 내부에서조차 이 같은 백신 정책은 현재도 진행 중인 AI 파동의 심각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TF팀에 참여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전체 가금류의 30%면 1억8,000마리 중 5,000만마리를 살처분한 뒤에야 백신을 쓰겠다는 얘기”라며 “아직도 반성이 없는 셈”이라며 꼬집었다.

실제 산란계 농장의 30%가 피해를 보면 이번처럼 국내 계란 생산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계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사상 최초로 미국산 신선란 수입을 추진했다. 또 AI는 지난해 말 일시적으로 감소세를 보였을 뿐 4월 초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6월 초엔 청정지역으로 여겨졌던 제주에서도 재발했다.

방역당국이 반복되는 살처분 정책 실패에도 백신 도입에 소극적인 이유는 백신 접종의 효능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데다 생산자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TF팀에 참가하는 전문가들 중에서도 인체감염 등을 우려해 백신에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백신을 접종하면 임상 증상이 옅어져 질병 통제가 불가능해 진다”며 “중국에서처럼 인체감염이 확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축산업계는 방역당국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성급한 대책을 낼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육계(닭고기용 닭)처럼 생육기간이 30일 정도로 짧은 축종은 실효성이 떨어져 백신 접종을 반대하고 있다. 또 과거 피해가 컸던 지역과 적었던 지역 간에도 찬반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대통령 불호령으로 축산업계를 고려하지 않은 졸속 대책을 내놓을까 걱정”이라면서 “생산자단체가 의견을 통일할 수 있도록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지난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들이 태국산 신선란 샘플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최초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값이 안정되지 않자 태국산 계란 수입을 추진했다. 영종도=연합뉴스
지난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들이 태국산 신선란 샘플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최초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값이 안정되지 않자 태국산 계란 수입을 추진했다. 영종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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