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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외면한 '법 위의 법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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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외면한 '법 위의 법사위'

입력
2017.12.11 17:4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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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ㆍ대리점법 등 산적한데

정치 공방 빌미로 회의 안 열고

심사 지연 등 이유로 ‘갑질’

계류 법안 883건 서랍 속에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5차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5차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스1

12월 임시국회 개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민생 법안’이 법안 통과의 마지막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직무유기에 따라 무더기로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공방을 빌미로 회의를 열지 않거나 체계와 자구 심사를 이유로 시간을 끄는 등 법사위의 ‘갑질’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1일 현재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은 법사위 고유 법률안 706건, 타 위원회 법률안 177건 등 883건이다. 각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후 법사위에 발목을 잡힌 타 위원회 법안이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셈이다.

적체된 법안은 대부분 정치 쟁점과 무관한 민생 법안들이다. 전통시장 임차인의 권리금을 보호하고 계약 갱신 요구 기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과 프랜차이즈 대리점이 보복조치로 손해를 입을 경우 가맹점의 손해배상을 3배까지 강화하는 대리점법, 아파트 층간 소음 분쟁 조정에 지자체의 지원을 강화하는 공동주택관리법 등이 대표적이다. 해운업 재건을 위한 목적으로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위해 마련한 한국해양진흥공사법은 아직 법사위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법사위의 월권 때문에 민생 법안이 적체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민주당 소속 복지위 관계자는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를 끝냈지만 법사위에서 법안의 체계와 자구를 심사해야 한다는 이유로 시간을 끌면서 정책 판단까지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조계의 이해와 관련된 법안의 경우 심사에 소극적이거나 장기 계류를 통해 폐기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세무사법 개정안의 경우, 기획재정위에서 법사위로 넘긴지 1년이 넘게 계류됐다가 최근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서 겨우 통과됐다.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 위에서 옥상옥 역할을 한다는 이른바 ‘상원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처 설치법 등 주요 쟁점 법안에 대한 논의가 우선시되면서 민생 법안이 법사위 전체 회의로 회부되지 못하고 법안심사 소위로 밀려 후 순위로 검토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사위 주변에서는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 법안을 심사하도록 국회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각 상임위 법안이 다른 상임위 법안과 충돌하거나 헌법 규정을 위반할 경우 조정하는 게 역할”이라는 반박도 없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법사위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최종 게이트 키핑이라는 법사위 나름의 기능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의 횡포로 법안 심사가 지연되는 현상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법체계를 다루는 전문 기구를 만들어 체계 자구 심사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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