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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17 13:05
수정 : 2015.08.31 03:31

[달시 파켓] 미국사람 '서울 공간' 적응기

등록 : 2015.06.17 13:05
수정 : 2015.08.31 03:31

미국인들은 자신을 둘러싼 공간에 대해 특히 민감한 편이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T. 홀이 "유럽인들이 0.6~0.9m 정도 서로 떨어져 대화할 때, 미국인은 1.2m 떨어져서 대화한다"고 정의를 내렸을 정도다.

만약 실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미국인의 0.6m 앞으로 걸어가보면 된다. 그 사람은 아마 한 발짝 뒤로 물러날 것이다. 다시 해봐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고 당신을 꺼려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태생적으로 의심이 많거나 쌀쌀맞다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수 세기 동안 미국인들은 '상대방의 공간'을 존중하며 살아왔다. 개인 공간을 침해하는 행위는 미국인들에게 본능적인 불편함과 위협감을 느끼게 한다. 이를 두고 유럽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모든 것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사람은 척 봐도 미국 사람'이라며 놀리곤 한다.

보통의 미국인은 명동 거리를 걸을 때 타국 관광객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따라서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 오래 살기 위해서는 심리적인 적응이 필수적이다. 한국인들은 아주 작은 반경의 공간에서도 대체로 불편해하지 않고, 이 점은 현대의 대도시에 사는 사람에게 장점으로 작용한다. 지난 18년 동안, 나는 개인 공간에 대한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한국적인 인식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명동거리에 북적이는 인파. 한국일보 자료사진.

평탄한 과정은 아니었다. 몇 년 전에는 지하철 안에서 코를 긁고 싶은데도 팔을 올리지도 못할 정도로 사람들 사이에 끼인 적이 있었다. 머릿속에 사이렌이 울렸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의식적으로 버텨보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마치 친구가 잡아줄 거라 믿고 눈을 감고 뒤로 쓰러질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고, 내 공간을 어느 정도 포기하자 지하철을 타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

서울에서는 거리나 버스 안에서 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런 노력이 필요했다. 옆집 아랫집 다른 가구에 둘러싸여 사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생활에 익숙해지는 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 한 미국인 친구는 “왜 사람들이 벌집 속의 벌처럼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벌집 속의 벌”)를 다른 이미지로 대체하는 것도 '미국적인 공간 인식'을 버리는 한 과정이다. 몇 년 전에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의 삶을 생생하게 그린 'City'라는 6분짜리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다. 영화는 도시의 하루를 보여주지만 빌딩, 자동차나 거리 등을 보여주지 않는다.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는 건 오직 사람뿐이다. 그래서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장면은 그가 마치 공중부양하는 것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김예영, 김영근 감독은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해놨다. 영화를 보는 6분은 당신의 하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일 것이다.)

감독의 영화소개 글이 멋지다. "처음 서울을 생각했을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높다란 빌딩과 아스팔트, 소음 뿐이었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람이 보였다. 벽과 틀이 없다고 상상하자 비로소 서울의 체온과 숨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가 나를 매혹시켰던 건 그토록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전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에게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 장면이다. 하루의 마지막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아파트 단지에서 자고 있다. 아파트의 바닥이나 구조물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마치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갑작스레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들은 벌집 속의 벌이 아니었다. 하늘을 나는 새였다.

<원문 보기>

Space to breathe

I suppose it’s true that Americans are particularly sensitive to the space around them. Anthropologist Edward T. Hall famously determined that when Americans talk to each other, they stand 1.2m apart, compared to Europeans who stand 0.6-0.9m apart from each other. Koreans, if you want to do an experiment, try this: walk up 0.6m away from an American. He or she will step backwards. Do it again, and the American will step backwards again, and start to dislike you.

Please understand: it is not that Americans are naturally suspicious or unfriendly. But over the centuries, people in the US have simply grown to value that sense of having plenty of space around you. When a stranger steps into that bubble of air, it instinctively feels uncomfortable, or even threatening.

Europeans laugh at us -- they say that it is easy to identify Americans walking down the street, by the way they (unconsciously) try to keep as much space as possible between them and everything else.

So the average American walking through the alleys of Myungdong is probably feeling a bit of stress, compared to tourists from other countries. And to live in a city like Seoul long term, I think, requires a psychological adjustment. Koreans generally feel comfortable with a much smaller radius of personal space, which is more practical if you live in a large modern city. So for the past 18 years, I’ve been trying to train myself to give up my American sense of space, and adopt a Korean one.

Progress has come in uneven steps. I remember one moment in particular from years ago, packed into a subway car so tightly that I couldn’t lift an arm to scratch my nose. Psychological alarms were going off in my head, but for the first time, I tried consciously to let go of them and relax. The feeling was similar to closing my eyes and falling backwards, trusting my friends to catch me. And strangely enough, it more or less worked ? letting go of some personal space made it easier to ride the subway.

In Seoul, it’s not just the crowded streets and buses that I had to get used to, but also the sense of always having people around me. Living in a large apartment complex, with so many other families going about their lives behind my walls and under the floor, took some getting used to. “I can’t understand why anyone would want to live in one of those apartment complexes, like bees in a hive,” I’ve heard some of my American friends say.

But part of the process of giving up my American sense of space is to replace these negative images in my head (“bees in a hive”) with other images. A few years ago I watched a 6-minute Korean animated film called City which is a vivid depiction of the experience of living in a place like Seoul. It shows us a city from morning to night, but we don’t see buildings, cars or streets. All that we see on the screen are human bodies, so if a man takes an elevator to the fifth floor, it looks like he is levitating up into the air.

(The directors Kim Ye-young and Kim Young-geun have made the film available for free at https://vimeo.com/76304155 . Do watch it! ? it will be the most memorable six minutes of your day.)

I love the statement written by the directors to describe the film. “When I first thought about Seoul City, the images that crossed my mind were only skyscrapers, asphalt and noise. However, when I looked closely at the city, I could find the city is composed of people. I tried to imagine there are no walls and frames, and then I was able to start feeling its warmth, and hearing the sound of its breathing.”

What fascinates me about this film is that the image of all these human bodies in such close proximity doesn’t feel constricting or threatening. There is a feeling of warmth to them. It’s the last image in the film that I remember in particular. At the end of the day, hundreds of people are sleeping in an apartment complex. Because we can’t see the floors or objects in the apartment, it looks like they are floating. There’s something unexpectedly intimate about the image. They resemble not bees in a hive, but birds flying through the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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