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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영화계 관행?"…여배우A가 밝힌 조덕제 성추행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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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영화계 관행?"…여배우A가 밝힌 조덕제 성추행 전말

입력
2017.10.2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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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영화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옹호돼서는 안 된다.”

배우 조덕제에 성추행 당한 피해 여배우 A씨 측이 입장을 밝혔다.

A씨는 24일 서울 당주동 변호사회관빌딩에서 열린 ‘남배우(조덕제)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판결 환영 기자회견에 A4 4장 분량의 편지로 심경을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여성영화인모임을 비롯해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의 주최로 개최됐다. 이들은 불참한 A씨를 대신해 편지를 대독했다.

A씨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피고인에게 폭행과 추행을 당했다. 연기 경력 20년이 넘는 피고인은 속옷을 찢고 상, 하체 성폭행을 지속했다.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동의를 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연기를 빙자한 추행이라고 판단했다. 영화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옹호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 성폭행을 당한 뒤 패닉 상태에 빠져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왜 성폭력 피해자들이 침묵하고 고소를 망설이는지 알게 됐다. 피고인이 먼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하차했다면 이런 사법 절차 밟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덕제는 2015년 4월 영화 촬영 중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여배우 A씨의 상의를 찢고 바지에 손을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지난 13일 2심 재판부는 조덕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그러나 조덕제는 혐의를 부인하며 상고장을 제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조덕제는 지난 17일 실명을 밝히며 “옷을 찢은 건 감독과 A씨와 합의된 사안”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 조인섭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감독의 지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연기내용에 대해 피해자와 공유가 되지 않는 이상 ‘연기에 충실한 것을 뿐’이라는 말로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는다. 연기로 인한 우발적 행위라고 하더라도 강제추행이 인정된 것”이라면서도 “형량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나온 부분은 아쉽다”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영화는 15세 관람가의 멜로, 로맨스 장르다. 극중 A씨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역을 맡았다. 사건이 일어난 13번 신은 성적인 노출이 아니라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는 A씨의 모습이 중요하게 표현돼야 했다. 때문에 촬영콘티에는 상반신, 인물의 얼굴 위주로 촬영하기로 돼 있었다. 조덕제는 사건 발생 직후 하차 의사를 밝혔지만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후 피고인의 추가 가해 행위가 시작됐다. 침묵을 강요하는 주변의 압박까지 가해지자 견딜 수 없었다. 명백한 성폭력이 담긴 영화를 대중에게 보일 수 없었다. 이런 인권 유린을 더 이상 참고 넘길 수 없어서 신고했다”고 전했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운영위원은 사건 현장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가해자 측에서 법원에 제출한 메이킹 영상 모음과 실제 촬영영상 등을 분석해 입장을 밝혔다. 백 위원은 “노출이나 접촉이 예정돼 있었다면, 필수적으로 하는 ‘공사’를 했을 것”이라며 “촬영 전 리허설을 제외하고 총 세 번의 본 촬영이 있었고 두 번의 NG 후 세 번째 촬영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앞 선 두 번의 촬영과 세 번째 촬영은 분명히 달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가 벽을 바라보고 서있고, 가해자는 등 위에 있는 상황이었다. 피해자가 노출의 위험을 무릎 쓰고도 팔을 내려 하반신을 방어했다. 아무런 접촉이 없었거나 어쩔 수 없이 스치기만 했다는 가해자 측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항소심 판결에 대해 “같음을 인정받고, 다름이 이해된 것”이라고 표현했다. 재판 시작 후 30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죽을 것 같이 힘들어 다 포기하고 싶었다. 피해자인데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성폭력 피해자였음이 연기 활동에 장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내 자리를 지켜 성폭행 피해자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 억울하고 분하며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숨을 고르며 말하겠다.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진=OSEN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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