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ㆍ임금ㆍ배당 비중 같아
임금증가분은 3%에 불과
“주주들 배만 불린다” 비판
1:1:1에서 1:1.5:0.8로 조정
월급쟁이 주머니 더 두둑하게
“대기업 직원들 급여만 높일 뿐
서민에 돌아갈지 의문” 지적도
배당만 하고 투자ㆍ임금증가에 소홀하단 지적에
투자ㆍ임금ㆍ배당 비중 1:1:1→1:1.5:0.8 조정
“대기업 임금만 오를라… 효과 제한적” 주장도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배당 비중을 줄이는 대신 임금 비중을 늘렸다.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소득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데만 쓰고 임금 증대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따른 조치인데, 효과를 두고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결산법인 2,845곳의 기업소득 환류세제 관련 신고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 기업들이 투자ㆍ임금증가ㆍ배당에 쓴 금액은 총 139조5,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중 투자가 100조8,000억원으로 72%를 차지했고, 배당이 33조8,000억원(24.2%)이었다. 반면 임금 증가분은 4조8,000억원, 3%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정부가 가계(근로자) 소득을 늘리는 데 역점을 두고 도입한 정책이 주주 소득을 늘려주는 효과만 가져온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다수 기업이 배당위주 방식을 선택해, 임금증가를 통한 환류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기재부가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가중치를 현행 1:1:1(투자:임금증가:배당)에서 1:1.5:0.8로 바꾸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이 투자ㆍ임금증가ㆍ배당에 쓴 금액이 당기 소득 일정 금액에 미달하는 경우, 추가로 세금(세율 10%)을 물리는 제도다. 예컨대 기업소득이 1,000억원이고 의무 환류 금액이 800억원인 상황에서 현재 투자에 700억원, 임금증가에 20억원, 배당에 80억원을 쓰는 기업은 미환류소득이 없어 과세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새 가중치를 적용하면 임금증가는 30억원(20억원x1.5), 배당은 64억원(80억원x0.8)이 된다. 미환류소득이 6억원이 남아 6,000만원(6억원x0.1)을 과세해야 한다. 이 기업이 과세하지 않으려면 투자를 6억원 늘리거나 임금을 4억원 더 늘리면 되지만 배당만으론 7억5,000만원을 늘려야 한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면 배당보다는 상대적으로 금액을 조금 늘려도 되는 임금이나 투자를 선택할 유인이 강화되는 셈이다.
투자에도 많은 기업소득이 쏠리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기업이 투자 위주의 기업소득 환류세제 계산 방식을 채택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에서 추가 세금을 산출하는 방식은 투자금액을 계산에 넣는 A형과 투자금액을 빼는 B형 두 가지가 있는데, 기업들이 자사에 유리한 기준을 알아서 선택하되 3년간 방식을 바꾸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투자금액 포함형(A형)을 선택한 기업이 30%에 그쳐 투자 증가가 좀 더 활성화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정부는 3년 제한을 없애고 B형에서 A형으로 전환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벤처기업에 대한 신규출자까지 투자의 범위에 포함시켜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임금증가에 비중을 두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긍정적이지만 얼마나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유보금이 많은 기업은 임금이 이미 높은데, 이들 기업 직원의 임금을 더 높인다고 한들 서민들에게는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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