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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페르시아어로 “두스트 바 함러헤 쿱”… 로하니, 미소로 화답

입력
2016.05.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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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니, 차량까지 마중나와 예우

회담시간 예정보다 40분 초과

나란히 앉아 기자회견 이례적

로하니 발언 담당 이란 통역자

내용 어려워…한국어 실력 논란

박근혜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일 오전(현지시간) 테헤란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사전 환담을 하고 있다. 테헤란=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일 오전(현지시간) 테헤란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사전 환담을 하고 있다. 테헤란=연합뉴스

“두스트 바 함러헤 쿱”

박근혜 대통령은 2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테헤란 사드아바드 좀후리 궁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페르시아어로 이란을 이렇게 불렀다. “친구이자 좋은 동반자”라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이란 방문으로 양국 관계를 활짝 열어가기 위한 첫 걸음을 뗐다”며 “우리 두 나라가 평화와 번영을 향한 여정에서 서로 도우며 함께 전진해 자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소로 화답했다.

로하니 대통령이 회견에서 “이란은 원칙적으로 핵 개발에 반대한다”며 북한의 핵 포기 압박에 힘을 보태는 발언을 했을 때, 박 대통령은 윤병세 외교부장관,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안종범 경제수석 등 배석한 참모들과 눈을 맞추며 흡족한 듯 고개를 여러 차례 끄덕였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오전 좀후리 궁 광장에 도착한 박 대통령의 차량 문 앞까지 마중 나와 공식환영식 행사장까지 나란히 걸으며 환대했다.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의 마이크가 잘 나오지 않자 자신의 마이크를 건네며 배려하기도 했다. 정상회담은 15분, 사전 환담은 25분 길어지는 등 두 정상은 양국 정부가 잡은 시간보다 40여분 간 더 오래 마주 앉아 현안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안종범 수석은 “로하니 대통령은 회담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를 짚었다”며 “두 정상이 회담을 마무리하면서 빠진 분야가 없는지 점검했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정상들이 대개 선 채로 기자회견을 하는 국제사회의 관례와 달리, 박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이 탁자를 앞에 두고 노란색 의자에 나란히 앉아 회견을 한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또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뒷모습을 보이는 것이 금기인 이슬람 전통에 따라, 양국 정부ㆍ공공기관 대표들이 탁자에 앉아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때 두 정상은 탁자의 뒤쪽이 아닌 옆 공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지켜 보았다. 양해각서 19건에 대한 서명이 끝날 때마다 두 정상은 웃으며 박수를 쳤다.

박 대통령은 이란에 도착한 1일에 이어 이날도 하얀색 루싸리(이란 식 히잡ㆍ이슬람 국가 여성이 머리와 목을 가리는 두건)를 쓰고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여성이 바지를 입어도 허리와 엉덩이 부분을 내놓는 것이 금기여서, 박 대통령은 거의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분홍색 상의를 입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란 고유의 문화를 존중한다는 의미”라며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이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란 신문들은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과 기대되는 경제 효과를 1면에 일제히 주요 기사로 실었고, 방송들도 박 대통령의 공항 도착 장면부터 상세히 보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한편 이날 이란 측 통역 담당자의 한국어 실력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로하니 대통령 발언을 맡은 이란 남성이 통역한 내용은 쉽게 파악이 되기 어려울 정도로 엉성했다. 그는 통역을 하면서 메모도 따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정상회담에서 이란이 마땅한 통역 인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양국 관계의 갈 길이 멀다는 방증”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테헤란=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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