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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영역 vs 철저한 고증”…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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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영역 vs 철저한 고증”…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들

입력
2017.08.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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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 포스터.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군함도' 포스터.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개봉 5일 만에 관객 400만을 돌파한 영화 ‘군함도’가 흥행 돌풍만큼 거센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 ‘군함도’는 1945년 일본 하시마 섬으로 끌려가 강제 노역을 당한 조선인들을 소재로 한 영화로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다뤘다. 그러나 영화 속 주인공이 일본인에게 뇌물을 바치는 장면이나 일본 간부와 담배를 나눠 피는 장면 등에서 비참했던 당시 상황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등장했다. 특히 강제 노역을 하는 조선인과 그들의 월급을 가로채는 조선인 부역자 사이의 대립구도는 일제 탄압을 희석시켰다는 비판 여론도 등장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실제(fact)에 허구적(fiction) 요소를 가미한 ‘팩션(faction)’ 영화는 역사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일수록 철저한 고증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창작의 영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개봉해 화제를 모은 팩션 작품들 역시 역사왜곡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포스터.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인천상륙작전' 포스터.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7월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역사왜곡 논란과 함께 ‘국뽕’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에는 1950년 국제연합(UN)군이 인천에 상륙해 한국 전쟁의 전세를 뒤바꾼 인천상륙작전을 이끈 미국의 맥아더 장군이 주요 등장인물로 나온다. 영화 속 맥아더 장군은 한국의 소년병을 만나고 나라를 지켜주기로 했다고 말하는 등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들은 실제 맥아더 장군의 행적과는 거리가 있어 인물 미화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영화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철저히 고증하기보다는 애국주의를 강조하는데 그쳤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영화 '덕혜옹주'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덕혜옹주'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선 왕조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를 그린 영화 ‘덕혜옹주’는 영화 속 덕혜옹주의 모습이 역사적 사실과 동떨어져 있어 역사왜곡 논란이 일었다. 조선의 아이들을 위해 한글학교를 세우고,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 앞에서 연설하는 등 영화 속 덕혜옹주는 항일정신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실제 역사기록에는 덕혜옹주가 일제에 투항하거나 독립운동에 앞장섰다는 내용이 존재하지 않아 영화 전반에 걸쳐 허구적 내용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았다. 영화 ‘덕혜옹주’는 상영 기간 내내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 ‘창작의 영역 보장’과 ‘역사 고증’을 사이에 두고 관객들에게 논쟁을 던졌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조선 후기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를 소재로 한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예고편이 공개된 후 식민사관 논란에 휩싸였다. 식민사관은 일제가 조선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왜곡된 관점으로 조작해낸 역사관을 의미한다.

영화 ’고산자’는 주인공 김정호와 그를 탄압하는 흥선대원군의 대립구도가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대동여지도 제작을 탄압하는 조선 왕조 이야기는 일제가 꾸며낸 이야기다. 이는 1934년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식민사관 책 ‘조선어독본’에 등장하는 내용으로 조선왕조의 무능함을 표현하기 위해 일제가 조선의 역사를 왜곡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화적 표현을 존중하되, 허구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음을 관객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영화는 창작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팩션 영화라 할지라도 작가적 표현을 최대한 보장받아야 하며, 해당 영화에 대한 평가는 엄연히 관객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 교수는 “대중매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중에게 해당 영화가 역사를 재구성했음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빛나 인턴기자 (숙명여대 경제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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