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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국민의당의 새 화두, 트라이앵귤레이션이란

입력
2017.06.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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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이 13일 오후 강원 고성군 국회연수원에서 열린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김태일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이 13일 오후 강원 고성군 국회연수원에서 열린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대선 패배 이후 당의 방향성을 놓고 논쟁이 한창인 국민의당이 트라이앵귤레이션(Triangulationㆍ삼각화)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받아 들었습니다. 국민의당이 보수와 진보로 양분된 정치판에서 기계적 중도가 아닌, 새로운 삼각형의 꼭지점을 구성하는 정치적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인데요. 진보정권을 표방하는 현 여권과 거대 보수야당 사이에서 갈 길을 고민 중인 국민의당 구성원들은 중재자가 아닌 선도자로서의 삼각화론(論)에 적잖은 자극을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트라이앵귤레이션이라는 단어는 지난 13일 강원 고성 국회연수원에서 진행된 국민의당 워크숍 현장에서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발제자는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김태일 영남대 교수였는데요. 김 교수는 트라이앵귤레이션을 설명하기 위해 진보정당(B)과 보수정당(C) 사이의 국민의당(A)의 위치를 먼저 도표화 해 설명했습니다. 그는 “A라는 정당이 B정당 쪽으로 포지셔닝을 하면 2중대라고 한다. 그렇다고 C정당 방향으로 포지셔닝하면 적폐세력이라고 한다”며 “그럼 A정당이 정확히 가운데 지점에 서면 되나? 안 된다. 이렇게 서면 기회주의자라고 하고 소신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대안으로 트라이앵귤레이션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는 “해법은 트라이앵귤레이션, 즉 삼각형 만들기”라며 “B-C꼭지점과 다른 꼭지점 만들어 국민의당이 위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적 트라이앵귤레이션의 대표적 적용 사례로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대응방식을 들었습니다. 그는 “국민의당이 김 후보자를 패스(Pass)하던지 페일(fail)하던지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그러나 제가 지도부였다면 단순히 패스 페일의 문제가 아니라, 5ㆍ18 판결문제에 대해 사법부가 사과하지 않았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방식으로, 진보-보수 정당이 하지 못한 일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파적 가치가 아닌, 보편ㆍ타당한 논리와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게 트라이앵귤레이션이라는 취지입니다.

김 교수는 국민의당의 현재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최근 국민의당 지도부나 국민의당 속에서 중재자론이라는 프레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어! 이거 아닌데’라고 생각했다”며 “국민의당은 중재자가 아니다. 중재자가 돼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성과 개혁 정체성을 결합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호남 없는 개혁은 공허하고, 개혁없는 호남은 맹목이다’가 될 것”이라며 “호남과 지역과 개혁의 관계에 대해서 이 양자를 잘 결합하지 못하거나 어느 한 쪽만 강조해 분열하면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의 발언이 끝나자 워크숍에 참석한 지도부의 해명이 잇따랐습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우선 저희는 학자가 아니기에 트라이앵귤레이션을 쓸 줄 모르지만, 국민의당의 목표는 박지원 전 대표가 당을 운영할 때부터, 20대 국회 개원 때부터 ‘캐스팅보트가 아니고 선도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김 교수가 지적한 내용이 우리 당의 방향, 가치와 매우 유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해명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당 전략상 고민도 밝혔는데요. 그는 “김 후보자와 관련해선 당이 공식적으로 의견 모으는 절차 진행 못했다.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김 후보자의 경우, 5ㆍ18 시절 양심을 져버리고 법률을 어겨가면서 재판했느냐 하는 점이 나와야만 저희들이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본인들은 그 점에 대해선 시인하지 않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반면 국민의당 지역위원장들은 김 교수의 주장에 동조했습니다. 서울의 한 지역위원장은 “김 교수의 주장에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위원장도 발언을 요청해 “우리가 과연 중도인지 아니면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다른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호응하기도 했습니다.

워크숍이 끝난 뒤에도 트라이앵귤레이션은 국민의당 화제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16일 “워크숍 둘째 날인 14일에도 트라이앵귤레이션을 어떻게 구체화시킬지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며 “이와 관련된 고민을 지도부와 초선 의원 모임 등에서 향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의당이 금명간 새로운 꼭지점에 서서 좀 더 적극적인 정치적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아무리 단어가 새롭고 의미가 있더라도, 정치는 현실이고 국민의당 앞에 놓여 있는 상황이 냉혹하다는 점은 여전하기 때문이죠. 다만 국민의당이 새 화두를 일정 부분 현실화 해낸다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 이후 급격히 얼어 붙고 있는 정국에 유의미한 변수는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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