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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마을] 美 흥행대작 '공포물 트리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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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마을] 美 흥행대작 '공포물 트리오' 온다

입력
1999.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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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다. 할리우드가 여름 극장가를 우리 영화에게 내주더니 뒤늦게 블록버스터(흥행대작)를 내놓는다. 그러나 심상치 않다. 대작들인데다 워낙 알려진 감독, 배우들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추석대목을 노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리오의 주제가 모두 서늘한 「공포」란 점도 이변. 가장 먼저 11일에 개봉하는 「딥 블루 씨」는 통이 큰 레니 할린 감독의 작품이다. 「다이하드2」 「클리프 행어」「컷스로트 아일랜드」에서 보듯 공항과 산악지대와 해상에서 고난도 액션을 연출했던 감독이 이번에는 바닷속으로 들어가 상어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18일에는 「스피드」 「트위스터」의 얀 드봉 감독의 「더 헌팅」과 스물여덟의 신예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 센스」가 대결한다. 공통점이 많다. 공포의 대상이 유령이다. 그리고 인간과 그들의 의사소통 문제를 제기한다. 스타를 앞세운 것도 같다.

그러면서 스타일은 정반대. 「마스크 오브 조로」로 혜성처럼 나타나 남성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캐서린 제타존스가 나오는 「헌팅」은 외양적이고, 브루스 윌리스를 내세운 「식스 센스」는 배우의 이미지와 반대로 내성적이다. 각자 장단점이 있다. 화려한 테크놀로지는 자극적이지만 공포가 깊지 못하고, 지적인 심리분석은 느낌을 깊게 하지만 그것을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딥블루씨] 유전자 조작 영악해진 상어 소재 오락영화

『역시 레니 할린』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컷스로트 아일랜드」 「롱키스 굿나잇」처럼 아내 지나 데이비스(지금은 이혼)를 억지로 주연으로 쓰는 고집도 부리지 않았다. 다른 영화 같으면 한두번으로 끝날 장면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바닷속과 위에서 엄청난 규모의 액션과 공포를 이어간다.

「딥 블루 씨(Deep Blue Sea)」는 넓게는 동물을 소재로 한 흔한 공포영화다. 좁게는 월남전 패망으로 침체된 미국인의 분위기를 돌리려는 미국정부와 할리우드의 야합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죠스」(75년, 스필버그 감독)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죠스」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자극적이다.

항공우주기술을 응용란 길이 7.5㎙ 짜리 애니메트론(기계로 제작돼 컴퓨터로 작동), 컴퓨터그래픽과 실사(實寫)를 결합시킨 상어가 스크린을 휘젓고 다닌다. 치매 치료약을 만들기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상어의 뇌를 5배나 크게 하려는 연구 도중 상어가 반란을 일으킨다. 인간의 지능만큼 영악해진 세마리 상어가 자신을 실험도구로 쓴 수상연구소 수전 박사(새프런 버로우스)와 상어조련사 카터(토마스 제인) 일행을 공격한다. 폭풍우로 고립된 연구소까지 수장시키려는 상어의 복수는 끔찍하고 끈질기다.

영화는 바다판 「쥬라기 공원」처럼 인간의 오만과 그릇된 신념을 비판하지만 스토리는 너무나 단순하다. 웃음과 흑인관객을 겨냥한 흑인 더들리(쿨 제이)의 존재도 너무 작위적이다. 수전 박사가 유인용 미끼를 자처해 속죄양이 되는 발상도 유치하다. 그러나 상어의 시선까지 영상으로 연출하면서 공포와 위기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상상을 초월한 폭파장면까지 연결해 오락물로서는 손색이 없다. 『이것으로 더 이상의 상어를 소재로 한 오락영화는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11일 개봉. 오락성 ★★★★☆ 예술성★★★☆(★5개 만점 ☆은1/2, 한국일보 문화부 평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더 헌팅] 살아움직이는 흉가의 비밀

한 장소에서 모든 이야기를 펼친다.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영화 「시민 케인」에 나오는 집같은 낡은 저택 힐 하우스. 그래서 답답하고 단순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규모와 화려함, 음산한 분위기에 몇번이고 놀란다.

회전무대 연회장, 4㎙ 크기의 벽난로, 로댕의 지옥문 같은 6㎙ 높이의 중앙홀 출입문. 사방에 널린 고풍스런 장식과 엄청나고 기괴한 조각들. 그 구경만으로도 눈요기가 된다. 세트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런데 그 저택이 살아있다. 조각들이 움직이고, 천정이 고무판처럼 휘고, 벽이 무너지고, 계단이 진동한다. 집 자체가 주인공이다.

「더 헌팅(The Haunting)」(haunt는 귀신이 출몰한다는 뜻)은 인간의 잠재의식을 자극하는 치밀한 심리분석 보다는 시청각을 활용한다. 얀 드봉 감독은 최첨단 SFX(특수효과)와 음향효과,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해 악령의 악마성을 바로크 양식의 건물에서 혼합시켰다. 마치 흉가(凶家)를 소재로 한 영상소설을 보는 듯하다. 실제 셜리 잭슨의 소설 「힐 하우스의 공포」가 원작.

심리학 박사인 데이비드(리암 니슨)와 그의 연구대상을 자처한 방랑자 루크(오웬 웰스), 섹시하고 매력적인 양성애자 테오(캐서린 제타 존스), 오랫동안 병든 어머니를 간호했던 넬(릴리 테일러). 「더 헌팅」은 이 4명이 겪는 하룻밤의 이야기다. 악령은 그의 존재를 감지하는 넬을 없애려고 하고, 넬은 억울하게 갇힌 어린 영혼들의 도움을 받아 130년 전의 비밀을 캐낸다.

둘의 대결은 언제나 악령의 일방적 우세로 전개되고, 그것이 공포의 직접수단이 되지만 결과는 종교적이든, 주술적이든, 윤회론적이든 정반대다. 지옥문으로 들어가야 할 대상은 악령이다. 저택의 모든 장치들, 심지어 무심히 지나칠 조각까지 영화의 전개와 관련을 맺지 않는 것이 없다. 18일 개봉.

오락성 ★★★★ 예술성 ★★★☆  (★5개 만점 ☆은1/2, 한국일보 문화부 평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식스센스] 유령과 얘기하는 8세 소년, 끝없는 공포

「식스 센스(The Sixth Sense)」는 몇가지 예상을 뒤집는다. 먼저 액션물이 아니다. 가장 오락성 강한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지만 총이라고는 딱 한번 등장한다. 그것도 브루스 윌리스의 것이 아니다. 자신의 치료를 잘못했다고 생각한 한 정신병자 청년이 말콤 박사(브루스 윌리스)를 쏘고는 자살한다.

「식스 센스」는 「오멘」을 연상시키는 심리 스릴러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두려워하는 소년 콜. 「포레스트 검프」의 포레스트 주니어, 「보거스」에서 엄마 잃은 소년 앨버트였던 할리 조엘 오스멘트의 연기가 영화 전체 분위기를 끌고 간다. 자살한 청년에 대한 죄책감을 씻으려는듯 말콤 박사는 엄마와 단둘이 사는 이 소년을 정성껏 치료한다. 유령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감(感)을 가진 여덟살 소년과 그를 치료하는 아동심리학자의 이야기는 음울할 수밖에 없다.

피나 괴성, 과장이나 특수효과도 없다. 이런 볼거리보다는 아이의 공포심과 그에 따른 반응에 집중한다. 처음 대화를 거부하다 박사의 진심으로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 소년은 묘하게 주위에 공포를 전이시킨다. 그 공포는 유령이 소년에게 무언가 부탁을 하고 싶어하고, 소년이 엄마의 농간으로 죽은 한 소녀의 진실을 아버지에게 알려 영혼의 한을 풀어주는 것으로 사라진다.

죽은 할머니와 나눈 대화내용으로 엄마와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날듯이 보인다. 그러나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박사의 정체」가 기다린다. 그 반전에 관객은 물론 박사 자신조차 경악한다. 영화는 감동이 아닌 충격과 혼란과 공포로 끝까지 남기려 한다. 브루스 윌리스 이름만 보고 달려들면 「12 퐁키스」나 「컬러 오브 나이트」처럼 지루해하거나 실망한다. 미국에서 박스오피스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8일 개봉. 오락성 ★★★☆ 예술성 ★★★★ (★5개 만점 ☆은1/2, 한국일보 문화부 평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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