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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빗장 풀린다” 오바마맞이 들뜬 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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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빗장 풀린다” 오바마맞이 들뜬 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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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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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부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17일 아바나의 한 레스토랑 앞에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오바마 대통령의 초상화가 그려진 포스터가 걸려 있다. 아바나=AP 연합뉴스
오는 20일부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17일 아바나의 한 레스토랑 앞에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오바마 대통령의 초상화가 그려진 포스터가 걸려 있다. 아바나=AP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으로서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발걸음에 전 세계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빗장을 푸는 계기가 된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견줄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오랜 경제 제재 조치로 움츠렸던 쿠바도 미국과의 화해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며 축제 분위기로 들뜨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국제 공항에 도착해 2박 3일 일정의 쿠바 방문의 막을 올린다. 첫날은 동행한 미셸 여사와 두 딸 말리아와 사샤, 장모인 마리안 로빈슨과 함께 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산 크리스토발 대성당을 찾는 등 관광 일정을 소화한다. 이어 둘째 날에는 아바나의 대통령궁에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담을 연 뒤 국빈 만찬에 참석한다. 22일에는 아바나의 알리시아 알론소 극장에서 쿠바 국영TV로 생중계되는 대중 연설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더 이상 카스트로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쿠바의 인권 개선과 자유 확대 등을 촉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국 정상의 만남이 1972년 2월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毛澤東) 국가 주석을 만난 순간을 떠오르게 한다고 평가했다. 뒤이은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은 1979년 미국을 답방하고 외자 유치, 대외 무역 확대 등 본격적인 개혁과 개방의 길로 전향했다. 오바마와 카스트로도 정상 회담에서 경제 개방과 관계 정상화 방안을 진솔하게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 국민들은 경제 부흥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올랐다. 이미 쿠바에서는 지난해 초 미국의 여행 금지 조치가 풀린 후 관광객 숫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관광 산업이 부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아바나에서는 체게바라와 카스트로 얼굴 사진 사이로 오바마 사진이 진열될 정도다. 미국 최대 통신회사 AT&T와 호텔그룹들이 쿠바 진출을 모색하는 등 미국 기업들이 쿠바에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을 거란 기대감도 크다.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에는 미국의 복잡한 정치ㆍ경제적 셈법이 깔려 있다. 미국은 쿠바와 관계가 악화되며 남미 국가 전체와 대립해 왔고, 대신 중국이 남미에서의 정치ㆍ경제적 영향력을 키워 왔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쿠바와 화해하며) 풍부한 천연자원과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는 남미 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중국에 대한 견제도 이룰 수 있다”고 평가했다.

쿠바 정부도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반기고 있다. 쿠바는 1960년 미국으로부터 경제 봉쇄를 당하며 남미의 석유 부국인 베네수엘라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정도로 경제가 위축됐다. 하지만 최근 석유 가격이 요동치며 베네수엘라가 경제적 타격을 입자 경제적 대안이 필요해 졌다. 쿠바 현지 언론들은 카스트로 의장이 이번 회담에서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를 완전히 풀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가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에서 핵심적인 조치로 여겨지는 대 쿠바 금수조치 해제를 반대하고 있어 당장 양국 관계가 급속히 발전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올라 양국 관계를 후퇴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 의회 전문지 더힐은 “이번 방문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쿠바에 대한 고립 정책을 뒤집은 오바마의 결단은 차기 정부에서 되돌기리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인권과 정치에서의 다른 견해가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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