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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찾기 반복돼도 '응답'은 왜 질리지 않을까

입력
2016.01.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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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혜리, 이동휘, 고경표, 박보검, 류준열. CJ E&M 제공
tvN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혜리, 이동휘, 고경표, 박보검, 류준열. CJ E&M 제공

tvN ‘응답하라’ 시리즈는 방송계의 판도를 바꾼 명작이다. 지난 9일 18화 유료플랫폼 가구시청률은 17.8%(이하 닐슨코리아)였고, 순간 최고 시청률은 20%를 기록했다. 허각과 존박이 출연했던 2010년 Mnet ‘슈퍼스타K 2’의 최고 시청률 18.1%를 위협한다. 앞으로 남은 19화, 20화는 평균 시청률 20%를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다. 사실상 케이블 채널사상 최고 시청률 올릴 일만 남은 분위기다.

특히 세 번째 시리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TV 광고 및 주문형비디오(VOD) 매출만으로 2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여기에 ‘응팔’에 삽입된 간접, 협찬 광고 수익 등을 더하면 수익은 더 높아질 것으로 방송계는 보고 있다.

시트콤 같은 가족이야기의 매력

라제기=순간 시청률이 20%까지 오르고 지난 9일 17%대로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강은영=‘응답하라’시리즈 중 최고 수치다. 앞으로 케이블 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이 나올 것 같다.

양승준=시즌 1, 2 모두 마지막회 시청률이 다 올랐다. 더 오를 것 같다. 금ㆍ토요일 오후 8시대의 편성 전략도 한 몫 했다.

라제기=지난해 그만큼 손에 꼽을 드라마가 없었던 것인가? ‘응팔’의 흥행요소가 있지만 대적할만한 콘텐츠가 최근 없었던 것도 시청률이 오른 큰 요인인가?

강은영=전 세대가 둘러앉아 볼 만한 드라마가 없다. 출생의 비밀에 불륜, 복수, 살해 등 현재 지상파 방송에는 피곤한 드라마만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금ㆍ토요일만 기다린다.

양승준=확실히 가족이 중심이니까 폭발력이 있다. 앞 시리즈의 탄력을 받은 것도 있지만, 가족이야기가 시청자를 끌어들이지 않았나 싶다. 이번에는 세 가족이나 나왔다.

라제기=가족의 측면에서는 옛날 미국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초원의 집’(1974) ‘월튼네 사람들’(1972)은 어려운 환경, 특정한 상황을 던져놓고 어떻게 대응할지, 희망을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 고민한다. 이런 드라마가 우리나라에는 얼마 없었는데 ‘응팔’이 해냈다.

조아름=예능 작가와 PD가 만난 드라마이기 때문에 각 에피소드에 힘이 있다. 드라마가 120분 넘게 끌고 갈 수 있는 원천이 아닐까?

라제기=예능국 출신들이라 시트콤적인 특징이 잡힌 것 같다. 매 회마다 동일한 인물이 등장하고 비슷한 설정 속에서 웃음거리를 전달하는 형식이 시트콤과 닮았다. 양의 울음소리 효과음도 드라마보다 시트콤에서 볼 수 있지 않나?

양승준=그럼에도 ‘응팔’은 이야기 밀도가 약해서 아쉬운 점이 있다. 설정만 기억에 남고 그 의미는 시청자들이 스스로 찾는 것 같다. ‘맞아, 우리 저 때 저랬어’하며 시청자들이 의미를 해석하는 식으로.

조아름=가난이라는 코드를 뺄 수 없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난에 대한 향수, 급격한 산업화의 여파가 ‘응팔’에 담겨있다. MBC ‘육남매’같은 드라마를 코믹하게 다룬 게 ‘응팔’아닌가.

강은영=가난했지만 가족과 이웃 간의 정이 끈끈했던 시기였다. 어떤 20대 여대생은 이웃들이 음식을 나눠먹고 골목 평상에 앉아 콩나물을 같이 다듬는 등의 일들이 인상적이라고 하더라.

조아름=먹고 살기에 힘이 부쳤던 시대를 보면서 위안을 삼게 된다. ‘나는 지금 힘들지만, 최소한 지금의 우리는 먹고 살 수는 있다’라며 위로한다.

라제기=가난이란 부분도 면밀히 보면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다. 그 때 당시는 주거시설도 지금처럼 나뉘지 않았다. 부자와 가난한 자가 같이 살았다. 부자와 가난한 자가 같은 학교를 나오고, 같은 구역에서 살았다. 지금처럼 구획화 되지 않았다.

조아름=명대사 중 하나가 처음으로 덕선이가 친구들 초대할 때 “나 반지하 살아. 쪽 팔려서 초대 안 했어” 할 때 미옥이가 “가난이 죄냐”라고 한 것이다.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아 저 때 가난했지’하고 생각하게 한다.

tvN ‘응답하라1988’의 전 출연진. CJ E&M 제공
tvN ‘응답하라1988’의 전 출연진. CJ E&M 제공

드라마 끌고 가는 건 역시 콘텐츠

라제기=‘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반복되는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에서 오는 지루함도 있다. ‘응팔’에선 이 사연을 10회 정도에 걸쳐 보여준다. 지루하다.

양승준=반면 ‘응답하라 1994’는 남자주인공 쓰레기와 칠봉이 모두 적극적으로 들이댄다. 하지만 ‘응팔’에선 모두 사랑에 있어서 우유부단하기만 하다. 그 나이대의 남자가 누가 뒤로 물러나나. 젊은 층 캐릭터가 오히려 부모세대보다 더 밋밋하다.

조아름=결국 ‘덕선이 남편이 누굴까?’라는 궁금증보단 가족 이야기를 더 보게 되더라.

강은영=그럼에도 ‘응팔’을 보면 콘텐츠의 힘을 느낄 수가 있다.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사랑에 관한 소소한 일상들이 디테일하게 그려지면서 따스한 감정을 전한다. 전 세대가 둘러앉아 볼 만한 이유다.

라제기=간혹 인기 있는 콘텐츠는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한다. 영화 ‘명량’은 인물 왜곡논란,‘국제시장’은 이데올로기 시비가 붙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물고 뜯을 게 많지 않다.

강은영=‘응답하라’ 시리즈는 패턴을 하나 만들었다. 신인 기용, 불륜 같은 자극제 등이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케이블 채널에서 스타들을 줄줄이 배출했다.

양승준=‘응팔’은 확실히 ‘응답하라’ 시리즈 중 가장 따뜻했던 드라마다.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사실 가족이라는 걸 내밀었다는 것만 봐도 과도기다. 신원호 PD가 제작발표회에서 “나는 이게 끝인데, 이건 내 손을 떠났다”고 말했다. ‘응답하라’는 이번의 성공으로 tvN의 명확한 브랜드가 됐다.

라제기=‘응답하라’라는 하위 장르를 하나 만들었다. ‘과거의 추억여행’ ‘젊은 남녀의 사랑’ 그리고 ‘성동일과 이일화’. 여기에 변주를 넣은 게 나머지 등장인물이다. 매 시즌 소품과 상황, 새로운 배우 유입으로 변화를 준다.

강은영=이번 ‘응팔’은 막판에 스포일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스포일러에 대해서는 법적 검토까지 한다고 했는데 옥의 티였다. 시청자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었는데 오버가 아니었나 싶다.

양승준=오히려 스포일러 등이 ‘응팔’에 득이 된 것 같다. 얼마 전 국회의원 해프닝만 봐도 ‘응팔’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다.

강은영=어쩌면 제작진 스스로 생방송으로 ‘응팔’을 촬영하면서 스포일러 논란을 키웠다. 신 PD는 다 찍어놓은 분량도 완벽하지 않다 싶으면 처음부터 다시 촬영했다고 한다. 성동일, 라미란 등 유명 배우들도 7, 8시간씩 촬영 시간을 기다리는 게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라제기=때 아닌 스포일러로 곤혹을 치른 ‘응팔’이지만 배우들의 선전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항간에는 ‘응팔’의 저주라는 말도 있다 들었다.

강은영=‘응답하라’ 출신 배우들이 그 다음 작품에서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정우는 영화 ‘쎄시봉’, 김성균은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 유연석도 MBC ‘맨도롱 또똣’ 등에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지만 모두 흥행에는 실패했다.

라제기=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기용했지만 ‘응팔’에서 배우는 중요하지 않다. 추억 상품이 주인공이다. 배우들은 추억 속에 배치되어 있는 오브제라고 볼 수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배우들이 넘어서야 할 산이다.

강은영=어찌 보면 ‘응답하라’에 출연한 배우들은 단지 추억을 위한 일회성, 소모품 일 수도 있다. ‘응답하라’에 출연하길 고대하는 배우들에겐 캐스팅이 달콤한 사탕이겠지만 그 이후에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문제잇슈] '응팔앓이'를 걱정하는 그대에게

http://goo.gl/LhC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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