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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크레인 대책… 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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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크레인 대책… 또 무너졌다

입력
2017.12.10 18:4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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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작업중 85m 크레인 중간 꺾여

두달 전 의정부 사고 닮은 꼴 참사

다단계 하청 등 구조적 문제 둔채

연식 규제 등 임기응변식 대책만

“최저가 입찰 제도 개선하고

원청건설사 책임 강화해야”

10일 경찰과 국과수 등이 전날 7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용인의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경찰과 국과수 등이 전날 7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용인의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불과 두 달전 경기 의정부 타워크레인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발표한 안전 대책을 비웃듯 9일 용인에서 또 다시 유사한 사고로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올 4월 사고 이후 두 달에 한 번 꼴로 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설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 전반을 점검하는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싣고 있다.

10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에 따르면 9일 오후 1시 10분쯤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건물 34층 높이(85m) 타워크레인 64m 지점이 꺾여 옆으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작업자 7명이 바닥으로 추락, 3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가 난 곳은 동원물류의 농수산물 유통센터로, 시공사는 대림종합건설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과 현장 합동감식에 나서 조만간 사고원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찰은 사고 타워크레인의 장비 불량, 설비 결함 여부와 사고 당시 현장 안전수칙이 잘 지켜졌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등은 “사고 직전 타워크레인 트롤리가 움직이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 운전자 과실여부도 조사중이다. 작업 매뉴얼 상 인상작업 도중에는 크레인을 움직이지 않도록 돼 있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이 발견될 경우 대상자를 형사입건 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로 올해 타워크레인 사고는 모두 5건으로 사망자 16명, 부상자 37명이 발생했다. 2014년 4명, 2015년 2명, 2016년 10명이던 크레인사고 사망자 수에 비해 급증한 수치다. 이번 사고 역시 2달 전 발생한 의정부 크레인 전도사고 당시처럼 인상작업 중 일어났다. 사상자 7명 모두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로 파악돼 의정부 사고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정부가 의정부사고 뒤인 10월16일 서둘러 ‘생산된 지 20년 넘은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타워크레인 재해 예방 종합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가 법 개정 등을 이유로 제도시행을 내년으로 미뤄 형식에만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전국의 모든 타워크레인 6,074대를 대상으로 허위 연식 등록여부, 설비결함 등을 점검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실효를 못 거두고 있다. 이번 사고크레인의 경우 제조된 지 5년밖에 안 된 상황에서 마스트(기둥)가 부러져 기계결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 연합뉴스
용인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 연합뉴스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은 정부의 잇단 대책이 현장에서 먹혀 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어정쩡한 대책이 빚어낸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공기 단축을 압박하는 아파트 선분양제 ▦다단계 하청 ▦부실한 안전점검 등의 구조적 구습을 그대로 둔 채 연식규제, 안전관리 강화 등의 임기응변 식의 대책만 쏟아내 실효를 못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식 한국노총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정책국장은 “정부가 대형 건설사 입장을 고려해 중간 정도의 대책만 내놓다 보니, 사고는 반복되고 근로자들만 희생되고 있다”며 “원청인 건설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안전관리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월적 지위의 원청건설사가 싼 값에 타워크레인을 조달하는 최저가 입찰제도도 개선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이는 하청업체가 비용절감을 위해 안전관리비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전날 사고현장을 방문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한 뒤 결과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며 “타워크레인 재해 예방 대책을 주친 하는 도중에 이런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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