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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칼럼/3월 4일] 안철수 박원순 김상곤

입력
2014.03.0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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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의 대중적 지지 기반은 제도정치에 대한 불신이다. 국민과 유리된 정치, 국민을 배제한 권력이 안철수의 자양분이 됐다.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낀 대중은 그에게서 희망을 찾으려 했다. 이러한 대중의 갈망은 안철수 개인적 차원이 아니다. 대안적 정치에의 바람이 성공한 기업인, 공적 책임감을 가진 엘리트인 그에게 투사된 것이다. 자신들의 요구와 염원을 실현시켜줄 가장 적합한 모델로 안철수를 선택했고, 그것이 지난 수년간 정치판을 뒤흔든 '안철수 현상'의 본질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대중의 열망을 풀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치에 뛰어들만한 준비와 경험이 부족했다. 새정치를 내세웠으나 알맹이가 빠져 공허했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등 정체성이 불투명했다. 지난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 보인 모습은 무책임한 태도로 비쳤고 야권의 대선 패배 요인이 됐다. 이런 요인이 쌓여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 창당의 기치를 높이 들었으나 벽에 부닥쳤다. 정치 세력화의 한계가 야권 통합의 길을 택한 배경인 셈이다.

안철수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의 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맨손으로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심정"이라는 안철수 측근의 말처럼 위기일 수도 있지만 기회일 수도 있다. 거대 기득권 정당에서 더 큰 틀의 정치개혁 실험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통합 선언은 '안철수 현상'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더 주목할 만하다. 야권 연대의 걸림돌이 해소됨으로써 수도권에서 이를 가능하게 할 야권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장 출마 여부를 고민하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도지사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김 교육감은 5년 전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다. 2009년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을 때 그가 당선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대중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두 차례 교육감을 하면서 이룬 성과는 놀랍다. 무상급식 시행으로 복지에 대한 인식 전환을 가져온 사람이 바로 그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도중 하차시키고 박원순 시장 체제를 만든 것도 따지고 보면 그로부터 비롯됐다. 경기도에서 보수 성향의 학부모들까지 찬성할 만큼 뿌리를 내린 '혁신학교'와 전국으로 확산 중인 학생인권조례 모두 김 교육감의 작품이다. 교육을 통해 학교 현장은 물론 정치 지형까지 흔든 일련의 흐름을 '김상곤 현상'이라고 일컫는 이들도 있다. 통합신당 내에서 다른 후보들과의 교통정리가 필요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등 본선 경쟁력이 높다.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선 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의 재선 가도에 탄력이 붙게 됐다. 야권 분열과 민주당의 낮은 지지율을 우려했던 박 시장으로선 변수를 줄이게 됐다. 정치권에선 "신당 창당의 최대 수혜자는 박 시장"이란 말이 나온다. 그는 기존 시장들의 '한 건 주의' 와는 달리 협치(協治)와 디테일한 생활 행정을 추구해왔다. 반대파는 "한 일이 뭐가 있느냐"고 비판하지만 소통을 통해 갈등을 예방하고 행정 낭비를 줄이는 등 행정의 생태계를 바꿨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박 시장이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가 더 단단해질 것이 분명하다.

김 교육감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공동의장과 전국 교수노조 위원장을 지낸 진보적 민중운동가다. 박 시장은 시민운동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기성 정치인이 아닌 인물이 정치권의 중심세력으로 부상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제도정치와 대중 간에 괴리가 커지면서 이런 현상이 가능해졌다. 시민운동과 민중운동 세력이 제도정치에 많이 진입하는 것은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최장집 교수가 저서 에서 주장한 것처럼 우리 사회는 정치혁신과 희망의 대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할 때가 됐다. 안철수, 박원순, 김상곤에게서 한국 정치의 혁명적 변화를 기대해 봄직하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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