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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다한 아베노믹스… 엔高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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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다한 아베노믹스… 엔高가 돌아왔다

입력
2016.04.0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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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ㆍ달러 환율 장중 110엔 붕괴

마이너스 금리 처방 역효과

추가 양적완화 방침 회의론 확산

세계 경제에도 불안 요소로

엔화 강세 영향으로 일본 닛케이 지수가 전날보다 2.42% 급락한 5일 도쿄의 한 증권사 앞에서 행인이 주식 전광판을 촬영하고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엔화 강세 영향으로 일본 닛케이 지수가 전날보다 2.42% 급락한 5일 도쿄의 한 증권사 앞에서 행인이 주식 전광판을 촬영하고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아베노믹스’의 극단적인 돈 풀기 정책에 힘입어 한때 달러당 130엔대까지 넘보던 엔ㆍ달러 환율이 다시 110엔대 아래로 떨어졌다. 올 들어 일본은행이 꺼내 든 마이너스 금리 카드마저 비웃듯 갈수록 가치가 치솟는 엔화 환율에 일본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까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곳곳에서 일본의 돈 풀기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가운데, 일본 정부 스스로도 물가상승에 대한 확신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6일 국제금융시장과 외신 등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09.94엔까지 하락, 2014년 10월말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014년 10월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양적완화 규모를 연간 60조~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리며 본격적인 ‘부양 드라이브’를 걸었던 시기. 엔ㆍ달러 환율은 이에 힘입어 2014년 10월 30일 110엔대를 돌파했고 그해 12월 5일 120엔을 넘어 작년 6월 5일에는 달러당 125.63엔까지 치솟았다. ‘돈 풀기→엔화 약세(환율상승)→수출 확대→임금 인상→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아베노믹스 효과가 탄력을 받다가 최근 급격히 고꾸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베노믹스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던 ‘달러당 110엔’마저 붕괴되면서, 이제 엔저(低) 시대가 저무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도 일본은행이 지난 1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무렵. 세계 경제가 불안 양상을 보이자 안전자산인 엔화로 글로벌 자금이 몰렸고, 마이너스 금리가 위기감을 더 부채질하며 안전자산 수요를 더 늘리는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5일 엔화 환율을 110엔 아래로 떨어뜨린 것도,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 후퇴에 따른 달러 약세와 미국ㆍ유럽 증시의 동반 하락이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한 결과였다. 엔화와 함께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10년물 채권금리도 이날 거의 1년 만에 최저치인 0.08%까지 떨어져 마이너스를 눈앞에 뒀다.

엔화 강세에 대한 불안감으로 일본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6일까지 최근 7거래일 연속 하락세(하락폭 -8.28%)를 이어가며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이래 가장 긴 하락장을 연출했다.

일본 내에선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5일에도 “양적완화 확대 준비가 돼 있다”며 재차 ‘전투 의지’를 드러냈지만,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급진적 통화완화의 부작용이 일본 경제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으며 일본은행은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강한 경계심을 내비쳤다.

엔고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에도 불안 요소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 급등은 일본은 물론, 세계경제 침체와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전조로 읽힌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일본과 유럽의 대규모 부양책에도 불구, 최근 엔화와 유로화가 강세를 띠는 것은 중앙은행의 정책 약발이 다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 재무성은 4월분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 발행규모를 지난 1월 발행분보다 1,000억엔(약 1조원) 적은 4,000억엔으로 줄이기로 했다. 물가가 오르면 수익이 커지는 물가연동국채의 시장 수요가 적을 걸로 봤다는 것인데, 일본 정부 스스로도 ‘2% 달성’을 공언하던 물가 상승에 확신이 없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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