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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단체장은 현직 사퇴 후 대선 준비해야

입력
2017.01.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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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현직 단체장들의 출마 준비가 바빠지고 있다. 과거 어느 대선보다도 현직 단체장 출마 예정자가 늘었다는 점은 행정력과 정치력을 골고루 갖춘 후보군이 많아졌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치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직을 유지한 채 시ㆍ도민을 볼모로 당내 경선까지 치르겠다는 주장은 기득권을 절대 놓지 않는 기성정치권의 낡은 행태로 비난 받아야 한다.

단체장의 풍부한 행정 경험은 대선 후보자로서 중요한 역량이다. 집권 후 그만큼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의 생활정치에서 쌓은 자산을 중앙정치에 투입한다면 시대적 과제인 지방분권과 권력분산을 자연스럽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여 년의 경험으로 우리의 지방자치가 성숙하면서 자치단체장의 역할과 위상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연방제 전통을 가진 미국에서도 도시의 시장이 연방 상원의원에, 주지사가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정치적 과정이다.

그러나 최근 단체장들이 현직을 유지한 채 당내 경선까지 치르겠다는 주장은 시ㆍ도지사 직의 제도적 위상에 비해 그들의 인식은 낡은 기성정치에 머물러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53조 1항에 따르면 공무원은 출마를 위해 선거일 전 90일까지 사퇴해야 하지만, 조기대선은 동법 제35조 4항에 따라 대통령 궐위 상황의 선거로 제53조 2항의 보궐선거 규정이 적용돼 선거일 30일 전까지만 사퇴하면 출마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단체장 후보들은 ‘정치적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에서 즉각 현직을 사퇴한 후 선거운동에 임해야 한다. ‘시민과의 약속’ 운운하며 현직을 유지하겠다는 주장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때까지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당초 약속은 임기 중단이 아닌 임기완료 아니었나. 4년 임기 중 60% 정도만 채운 현 시점에서 선거공약을 충분히 이행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자기반성 없이 단체장 직을 정치적 발판으로 활용하는 것은 대표적 구태정치다.

공식적 업무시간에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언론 인터뷰, 토론회 참석, 지방 순회 토크콘서트 등의 선거운동을 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엄청난 양의 선거일정을 소화하자면 소속된 자치단체의 행정공백이 불가피한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ㆍ도민에게 갈 게 뻔하다.자치단체 실국장이, 정부 산하단체 기관장이 직위를 유지한 채 선거 출마를 위해 업무 시간에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가능할까.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단체장의 개인 일정인 대권 행보에 공무원 신분의 비서진이 동원되고 차량, 유류비 등 자치단체의 자산과 예산이 사용되는 것을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 각종 선심성 사업으로 자치단체의 재정이 파탄에 이르고 국가채무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단체장들이 사욕을 위해 현직을 활용하지 못하게 당장 막아야 한다. 지방선거가 내년 6월 13일 예정인데 미리 사퇴하지 않아 임기가 1년보다 적게 남으면 보궐선거를 치르지 못해 행정공백과 피해는 더 커지게 된다. 차라리 대선과 지자체장의 보궐선거를 함께 치르는 것이 낫다. 단체장이 보궐선거가 임박해 사퇴하면 정책이 실종된 깜깜이 선거가 될 게 자명하다.

정국과 선거일정의 불확실성으로 현직을 당장 그만둘 수 없다는 여야 대선 주자들의 ‘단합된’ 주장은 시·도민을 볼모로 정치놀음을 하는 것이다. 임기를 중도에 포기한 것은 시ㆍ도민과의 약속을 이미 파기한 것이다. 현직을 몇 개월이라도 더 유지하려는 비겁한 변명은 중단하고 당당하게 사퇴 후 선거에 임하기 바란다. 국민의 혈세를 사욕을 위해 낭비한다면 자신의 정치경력에 큰 오점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혐오는 극에 달해 있다. 자신의 기득권은 절대 내려놓지 않고 정치개혁을 부르짖는 자가당착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ㆍ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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