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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불통이 사태 키워… ‘최고 여대’ 브랜드 훼손 우려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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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불통이 사태 키워… ‘최고 여대’ 브랜드 훼손 우려도 한몫

입력
2016.08.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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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5일째 학생들 본관 점거 계속

교수협 “미래라이프 대학 철회를”

崔총장 “설립일정 중단… 대화하자”

“프라임 사업 등 줄곧 반대했지만

귀담아듣지 않아” 학생들 소외감

“힘들게 공부해 입학했는데

돈벌이 혈안… 학교 격 떨어뜨려”

학부모ㆍ졸업생으로 반발 확산

“이대 순혈주의 지나쳐” 지적도

이화여대 학생들이 직장인 대상의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서울 서대문 대학 본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1일 오후 본관 출입문 곳곳에 학생들이 작성해 붙인 메모가 붙어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이화여대 학생들이 직장인 대상의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서울 서대문 대학 본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1일 오후 본관 출입문 곳곳에 학생들이 작성해 붙인 메모가 붙어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먼저 읽기 ▶ [뉴스분석] 정부, 돈줄 쥐고 대학 통제… ‘이대사태’ 불렀다

‘평생교육 단과대학’(평단)을 비롯해 교육부의 다양한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이 많지만 하필 이화여대에서 갈등이 격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내부 갈등은 학교가 추진하는 재정지원사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잇따라 배제된 학생들의 소외감에 학교 브랜드 가치 훼손을 우려한 구성원들의 감정적 요인까지 겹쳐 폭발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학생들이 지난달 28일 본관을 점거하며 시작된 학내 분쟁은 대규모 경찰력 투입에도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졸업생과 동문들까지 가세하면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일 학교 측이 설립관련 일정을 잠정 중단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학부모와 교수협의회 교수들도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반발 기류는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직장인 대상의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서울 서대문 대학 본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1일 오후 초대총장 김활란 박사의 동상이 훼손돼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이화여대 학생들이 직장인 대상의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서울 서대문 대학 본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1일 오후 초대총장 김활란 박사의 동상이 훼손돼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갈등 배경에 ‘이대 순혈주의’ 한 몫

갈등 배경에는 ‘국내 최고 여대’라는 이화여대생들의 자부심과 프리미엄, 이른바 ‘이대 순혈주의’가 학교 구성원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일련의 사업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학부생을 정규 입시제도가 아닌 평생교육 단과대를 통해 수용할 경우 대학 브랜드 가치가 하락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교정에서 만난 대학원생 김모(29ㆍ여)씨는 “뷰티웰니스 학과라는 것 자체가 돈벌이를 위해 만들어진 학과”라며 “졸업생 입장에서 학교의 격을 떨어뜨리는 선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신모(26ㆍ여)씨도 “정원 외 입학이라면 모를까 굳이 평단을 만들면서까지 이대의 전통을 무너뜨리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내 온라인 게시판에는 학교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노골적으로 분출됐다. 이화여대 재학생ㆍ졸업생 게시판인 ‘이화이언’에는 “학교 측 결정이 현실화하면 이화여대는 전문대보다도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식의 글이 많았다. (평생교육 단과대 입학이 가능한) 전문대 출신에 대한 근거가 불분명한 편견을 부추기는 글과 댓글도 눈에 띄었다. 이날 학생들을 지지하기 위해 농성에 참여한 학부모 윤모(51)씨는 “딸 힘들게 공부해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고 좋아했는데 누구나 들어오는 학교라면 절대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단 사업에 선정된 다른 대학은 잠잠한데 왜 유독 이대생들만 반대하느냐”는 비판 여론도 무성하다. 회사원 박모(31)씨는 “이화여대생의 집단 반발은 동등한 입시과정을 거치지 않은 외부인이 들어올 경우 한국사회에서 자신들의 가치가 낮아질 것을 걱정한 계산적이고 이기주의적인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대학이 교수ㆍ학생 등 학내 구성원의 것인가, 아니면 (지역)사회의 것인가 근원적인 대립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다른 대학과 달리 이화여대는 오랜 갈등에 일각에서 주장하는 학교 위상과 관련된 부분이 얽혀 사태가 커진 만큼 학교 측은 불통과 공권력 투입에 사과하고 학생들도 학교가 마련한 소통의 장에서 대화를 통해 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직장인 대상의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서울 서대문 대학 본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1일 오후 본관 출입문 곳곳에 학생들이 작성해 붙인 메모가 붙어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이화여대 학생들이 직장인 대상의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서울 서대문 대학 본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1일 오후 본관 출입문 곳곳에 학생들이 작성해 붙인 메모가 붙어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불통 학교에 분노하는 학생들

갈등을 직접 촉발한 원인은 물론 학생들과 학교 측의 의사 소통 부족이다. 특히 학생들과 학교 측은 평단 설립을 승인한 ‘대학 평의회(교수ㆍ교직원ㆍ학생 대표로 구성)’의 성격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학생들은 전체 학생들 의견수렴 없이 총학생회장 1명만 참석한 평의회가 단과대 설립이라는 중요 사안을 결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학교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소통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학교 측이 농성 학생들을 강제 해산할 목적으로 공권력을 끌어들인 것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최경희 총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병력투입을 요청했고, 경찰 1,600여명이 학교에 진입해 농성자들을 끌어 내면서 학생들은 학교측이 학내 문제를 대화가 아닌 물리력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누적돼 온 학생들과 학교 사이의 ‘불통’도 사태를 키웠다. 학생들은 이미 올해 초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PRIME) 사업 등에서 학교 측의 강행 추진을 비판하며 시위를 이어갔고, ‘이화(여대)는 죽었다’는 의미로 근조화환을 본관 앞에 가져다 두기도 했다. 재학생 심모(24)씨는 “학생들은 지난해 상업시설인 ‘이화파빌리온’ 건립이나 올해 PRIME 사업에 줄곧 반대했지만 학교는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며 “학교에 대한 불신이 폭발 직전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이22] [저작권 한국일보]학 본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1일 오후 본관 후문쪽에서 학생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이22] [저작권 한국일보]학 본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1일 오후 본관 후문쪽에서 학생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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