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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소중함이 와 닿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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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소중함이 와 닿길”

입력
2018.04.29 15:3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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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먼저 할까요’ 배우 김선아

‘무채색 느낌’의 주인공 통해

표현에 서툰 ‘아픈 어른’ 연기

감우성과 연기 아이디어 공유

어른 멜로의 현실감도 보여줘

배우 김선아는 자신이 연기한 안순진에 대해 “표현에 서툰 인물이라 연기하면서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SBS 제공
배우 김선아는 자신이 연기한 안순진에 대해 “표현에 서툰 인물이라 연기하면서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SBS 제공

중년의 사랑으로 화제를 모았던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24일 종방)의 안순진(김선아)은 크게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회사에서 권고사직 압박을 받고, 이혼한 전남편이 남긴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도 직장상사에게 대들며 당차게 살아갔다. 그런데 속은 다 곪았다. 조울증을 앓는 그는 죽어가는 화초를 보며 무심히 혼잣말을 한다. “넌 좋겠다. 수명이 짧아서. 난 이러고 4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김선아에게는 1996년 데뷔 이래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남자주인공에 빠진 사랑스러운 인물도, 그렇다고 절절한 슬픔을 드러내는 인물도 아니라” 어떻게 표현할지 종잡기 힘들었다.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선아는 “삼순이(MBC ‘내 이름은 김삼순’), 복자(JTBC ‘품위있는 그녀’)까지 맡았던 역할의 색깔이 대체로 뚜렷했는데, 안순진은 무채색의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마음은 아닌데 그런 ‘척’하면서 성격보다 내면의 감정을 표현해야 해 어려웠다”고도 밝혔다.

특징을 잡아내기 어려운 안순진을 연기하면서 김선아는 “우리 주변에 ‘안순진’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는 실수도 하고, 하고 싶은 말도 시원하게 하잖아요. 그런데 어른이 되면 감추고 내색도 잘 안 하게 되죠. 표현에 서툴고 무언가를 안으로 삭이는 사람들. 그게 요즘 어른인 것 같아요. 아픈 어른이 생각보다 많아요. 우리가 대화를 많이 하면서 어른을 감싸 안아야 할 것 같아요.”

배우 김선아는 “내 스스로 철이 안 들었다고 생각하다가, 어떤 날은 성숙해졌다 느끼기도 한다”며 “그래도 아직 완전한 어른은 안된 것 같다”고 웃었다. 피알제이 제공
배우 김선아는 “내 스스로 철이 안 들었다고 생각하다가, 어떤 날은 성숙해졌다 느끼기도 한다”며 “그래도 아직 완전한 어른은 안된 것 같다”고 웃었다. 피알제이 제공

김선아는 드라마의 결말이 마음에 든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손무한(감우성)이 아침에 눈을 뜨지 않는 자신을 보며 우는 안순진에게 “굿모닝”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다. 손무한이 안순진과 일상을 즐기는 열린 결말로 드라마는 끝이 났다. 별 것 아닌 보통 생활이 별 것이 된 순간이다. 김선아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의 소중함, 내가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우쳐 주는 일상 속 대사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드라마 메시지가 어렵긴 하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생각들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감우성과 연기 호흡이 잘 맞으면서 ‘어른 멜로’의 현실감이 도드라졌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대본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자신들의 의견이 들어간 연기 시도도 자주했다. 드라마 초반 안순진이 소개팅에 나온 손무한에게 “7번만 해요”라고 외치는 파격적인 장면도 두 사람의 아이디어로 나왔다.

“원래 대사는 ‘7번만 만나요’였어요. PD님에게 말하지 말고 일단 이 대사로 가보자고 감우성 선배와 얘기했죠. 안순진이 평소 말실수를 많이 하는 캐릭터이고 ‘어른 멜로’의 분위기도 살 것이라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장면이 예고편으로 나가면서 시선을 많이 끌었어요.”

‘키스 먼저 할까요?’는 살면서 “몇 번씩 꺼내보고 싶은” 드라마로 김선아에게 남았지만, 그는 비극적인 역할을 연달아 연기하며 정신적으로 지치기도 했다. 영화 ‘더 파이브’(2013)에서는 살인범에 가족을 잃어 복수를 꾀하는 인물,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2017)에서는 청소부로 상류사회에 진출하지만 의문의 살해를 당하는 여성을 연기했다. 감우성과 최대한 웃으면서 촬영에 임하자 약속했는데, 이번에도 많이 울었다. 정서적으로 힘들어 다음엔 밝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 “그동안 연기를 즐기면서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어른이 되면서 점점 웃을 일도 줄어드는데, 앞으로 좀 더 웃으면서 연기하고 싶어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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