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 전국 다녔지만 불가 입장만 재확인, “우리 무시하나” 학부모ㆍ교직원 ‘부글부글’
포스코가 직원 자녀 등이 다니는 유치원과 초ㆍ중학교 공립화를 위해 보름 넘게 전국을 돌며 해당 지역 정치인들을 만나 전방위 로비를 펼친 사실이 알려져 학부모와 교직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박성호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은 교육감과 자치단체장, 지방의원까지 접촉했지만 불가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호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과 임원들은 지난달 12일부터 경북 안동과 전남 목포, 광양, 인천 등을 누비며 장경식 경북도의회 의장과 장석웅 전남도교육감,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등을 만났다. 교육재단측은 이사장 취임 후 인사차 방문했다고 밝혔지만, 보름 넘게 전국을 돌며 교육감과 단체장, 시ㆍ도의원까지 만난 건 이례적이어서 공립화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되고 있다.
박 이사장과 임원들은 자리마다 공립화 필요성을 설명했으나, 부정적인 답변만 얻었고 일부에선 거센 항의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경식 경북도의장은 “도의회가 포스코 산하 학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데 몇몇 외국인 주주가 싫어한다 해서 공립화하는 건 성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며 “지역 여론이 반대하는데 포스코가 무리하게 밀어붙여 교직원과 학부모를 혼란에 빠뜨려서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공립화는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의 동의가 우선이고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도 “포스코 측의 공립화 추진에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 박희정 포항시의원도 포스코 측에 “교사와 학부모, 주민 설득이 먼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스코가 주민들의 반대 의사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공립화 해서 되겠느냐”며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박 이사장의 행보를 접한 교육재단 직원들과 교사, 학부모들은 “포스코가 정치인들을 상대로 로비나 하고 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포항제철초 학부모 박모(40ㆍ포항시 지곡동)씨는 “포스코가 고집대로 공립을 추진하다 안되면 등록금을 연간 1,000만원 넘게 받을 거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어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학교 분위기를 엉망으로 해 놓고 정치인이나 설득하려는 꼼수를 부렸다니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에 포스코교육재단 한 임원은 “관례적인 기관 방문 자리에서 자연스레 공립화 이야기가 나와 설명한 것이지 설득하기 위해 일부러 찾은 것은 아니었다”며 “내부에서도 아직까지 공립화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교육재단 산하 12개 교육기관 중 포항제철고, 포항제철공고, 광양제철고, 인천포스코고 등 4개교를 제외한 유치원과 초ㆍ중학교 8곳을 공립 전환하는 방침을 세웠다. 초ㆍ중학교가 의무교육이고 재학 중인 직원 자녀 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데다 12개 기관에 연간 약 200억원을 지원해 주주들의 비판이 잇따른다는 게 포스코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산하 유치원과 학교의 학부모 및 교사들은 “포스코가 반세기 가까운 명문 사학을 자본의 논리만 앞세워 일방적으로 공립화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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