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내 곁의 이방인] “단일민족 신화는 미신일 뿐… 한국에 사는 사람이 한국인”

입력
2017.10.14 04:40
0 0

일상생활 속 차별하는 표현

온라인서 과격해지는 혐오 등

다양한 형태의 배타성 확대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고

답답해도 한국말로 대화해야”

설동훈 전북대 교수
설동훈 전북대 교수

“과거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 특정 인종으로 집중됐다면 이제는 출신 국가, 인종, 빈부 격차 등이 복합적으로 차별과 반감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단일 민족, 순수 혈통의 한국인이 과연 존재할까요? 단일 민족 신화는 미신일 뿐입니다.”

국내 대표적 이민정책ㆍ다문화 전문가인 설동훈 전북대 교수는 1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이 다양한 형태의 배타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곧 한국인”이라며 “인종, 종교, 문화 등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더불어 살기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인이 유독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이 심한가.

“한국 사회에서는 민족주의와 인종주의가 결합한 혈통주의가 강하게 작용한다. 많은 이들이 ‘단일 민족’ ‘순수 혈통’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어 사전에도 한국인의 정의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나 한민족의 혈통을 가진 사람이라고 돼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단일 민족이 아닌 혼혈 민족이라는 건 이미 학계에 널리 퍼진 시각이다. 민족주의는 일제에 저항하고 한민족을 통합하는 주요 도구로 역할을 했고, 근대화ㆍ산업화 과정에서 통치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러면서 배타적 민족주의, 폐쇄적 외국인관이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고려시대에도 전체 인구의 약 8.4%가 외래인이었고, 한국인은 생김새만 봐도 남방계와 북방계가 섞여 있다. 국제 결혼, 해외 이민이 늘면서 ‘한국인=한민족’이라는 개념이 깨진 지 오래다. 대한민국은 단군 할아버지 후손만 사는 게 아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곧 한국 사람들인데, 이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 강하게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도 외국처럼 테러는 없지 않나.

“아직까지 극우 집단의 테러 같은 폭력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배타성이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특정 소수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배타적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말이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되다 머지 않아 폭발할 수 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정상적이지 않은 생각을 갖고 이를 행동으로 옮긴다면 그 때부터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피부색이나 외모로 인한 차별이 여전한가.

“과거에 비해 흑인에 대한 반감은 줄었지만 출신 나라, 인종, 빈부 격차 등이 차별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0년대에 한국인 아버지와 동남아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가리키는 ‘코시안(kosian)’이라는 말이 쓰였다. 한국인도 아시아인에 포함되면서 스스로 차별화하는,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일본, 대만처럼 한국보다 잘 살고 외모가 비슷한 인근 아시아 국가는 제외하고, 주로 짙은 피부색에 한국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동남아 출신만 대상으로 삼았기에 더욱 그랬다. 하얀 피부색의 백인에 대해서는 호감을 가지면서도 짙은 피부색의 흑인에 대해서 거리낌을 갖는다. 중앙아시아에서 온 하얀 피부의 외국인 노동자는 흑인 미군 병사보다 더 낮은 존재로 대한다.”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 태어난 2세들도 차별과 혼란을 겪는다.

“일반 명사로 쓰이는 ‘다문화’라는 말이 사전적으로 중립적일지 몰라도 생활 속에서는 차별의 뜻이 담겨 있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 사이에서 ‘야! 다문화’라고 불리는 순간 그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난 한국 사람이 아니고 엄마 나라 혹은 아빠 나라 사람이구나’하면서 스스로를 구별해 버린다. 이름을 부르면 될 것을 다문화라는 말로 상대를 객체화하면서 따돌리는 것이다. 피부색이나 외모가 한국인과 큰 차이가 없는 2세도 마찬가지다. 일본 아이들, 몽골 아이들은 학교에서 임진왜란, 몽골항쟁을 배울 때 또래 친구들로부터 쪽바리, 오랑캐라 불리며 큰 상처를 입는다.”

-‘이슬람 포비아(공포)’의 정도도 심해지고 있는데.

“특정 종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일부 무슬림들이 테러와 연관돼 있다는 이유로, ‘이슬람을 받아들이면 테러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치다. 어떤 종교도 한국 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법과 원칙을 어길 수는 없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게 하면 된다. 기독교인 일부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달라 이슬람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해도 교회 안에서만 해야지 교회 밖으로 가지고 나와서는 안 된다. 한국 사회는 정치, 사회, 종교의 분리를 전제로 민주주의를 운영하고 있지 않나.”

-배타성을 줄이기 위해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상당수 한국인이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모르게 배타성을 드러낸다.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아빠, 엄마는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같이 악의가 없지만 소수자를 향해 벽을 쌓는 말을 많이 한다.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하는 것이 시작이다. 또한 문화 충격을 받고, 내적 갈등을 겪는 이들에게 무조건 한국 문화가 옳다는 접근은 갈등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의 법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간극을 좁히도록 대화해야 한다. 답답하더라도 한국말로 해야 한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