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승준 기자

등록 : 2017.12.30 04:40

“헬조선 소시민 치열한 삶을 위로... 메가폰 다시 잡은 이유죠”

관객 600만 돌파 ‘신과 함께’ 김용화 감독

등록 : 2017.12.30 04:40

특수효과 부담됐지만 맘 바꿔

생계 어려워 생선 장사하던 20대

주인공 소방관 자홍과 닮은 삶

“삶과 죽음 다룬 영화 울림 있어야”

자식 허물 입 다무는 어머니 착안

원작과 다른 언어 장애인으로 바꿔

내년 ‘프로디걸’로 할리우드 진출

“휴먼스토리ㆍVFX 뗄 수 없는 관계”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에선 소방관 자홍이 화마 속에서 동료를 구하지 못해 저승에서 미필적 고의 혐의로 법정에 선다. 김용화 감독은 “죄와 용서를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흥행 질주 ‘신과 함께’ 처음엔 연출 고사

김용화(46) 감독은 처음엔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연출 제의를 거절했다. 동명 원작 웹툰의 팬덤이 워낙 두터워 부담스러웠던 데다 이야기의 주 배경인 저승 등의 시각특수효과(VFX) 구현이 쉽지 않아 보여서였다.

국내 영화 최초로 3차원 컴퓨터그래픽(CG)으로 고릴라를 만들어 야심 차게 준비한 ‘미스터 고’가 흥행에 참패해 의기소침했던 2013년 일이다.

김 감독이 영화 연출에 나서기로 마음을 바꾼 건 ‘사후 위로’에 대한 울림 때문이었다. 원작에서 저승사자는 죽은 이의 변호인으로 등장한다. 이승에서의 행적을 심판 받기 위해 저승의 법정에 선 이들의 삶에서 의미를 찾아 주고 죄를 지은 그들을 대변한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승에서 너무나 힘들고 혹독하게 살았던 우리의 삶이 저승에서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지옥 같은’ 세상(‘헬조선’)에서 가시밭길을 걸은 소시민에 저승에서라도 누군가가 동행이 돼 그 아픔을 보듬는 것에 대한 공감이다. 김 감독은 “내가 자홍(차태현)처럼 저승에 가서 또 처벌을 받는 상황에 부닥친다면 정말 억울할 것 같았다”고도 했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자홍과 닮은 삶… 낮엔 일하고 밤엔 어머니 간호

소방관인 자홍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밤낮으로 일하다 생을 마감한다. 김 감독의 삶도 자홍과 닮았다. 김 감독에게 20대는 ‘지옥’이었다. 낮엔 일하고, 밤엔 병원에서 쪽잠을 잤다. 그의 어머니는 간경화로 입원해 일주일에 5~6일은 혼수상태였다. 치료비를 내고 빚을 갚기 위해 그는 안 해본 일이 거의 없었다. 생선 장사를 하며 하루 고등어 500여 마리의 배를 갈랐고, 채석장에서 돌을 캐기도 했다. 공부는 사치였다. 중앙대 연극영화학과를 다니다 2학년 때 휴학한 그는 고향인 강원 춘천시로 내려갔다. 일을 마치고 어머니 침상 밑에 몸을 누일 때면 “과연 내게 미래란 존재하는 걸까”란 절망에 빠지곤 했다.

산전수전을 겪은 감독의 영화엔 서민적 소품이 영화의 복선으로 자주 쓰인다. ‘국가대표’에 이어 ‘신과 함께’에선 전기밥솥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에게 전기밥솥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그는 “자취할 때 가스가 끊겨 전기밥솥에 라면을 거의 매일 끓여 먹었다”며 웃었다. 월급 50만원을 받고 감독 데뷔를 준비하며 자취할 때 일이다.

스물 여덟이 돼서야 뒤늦게 복학한 그는 졸업 작품 ‘자반 고등어’(1999)를 냈다. 시장에서 겪은 체험을 담은 단편영화로,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42회 로체스터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영화계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김 감독처럼 그의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주위의 눈총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뚱뚱한 체격으로 ‘얼굴 없는 가수’로 살았던 한나(’미녀는 괴로워’)는 자신의 목소리를 믿고 무대에 섰고, 차헌태(‘국가대표’)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스키점프에 열정을 불태운다.

영화 ‘신과 함께’ 한 장면. 하정우는 그의 전매 특허인 ‘먹는 연기’로 영화의 문을 연다. 장례식장에서 육개장을 먹는 그의 표정은 씁쓸하다. 김용화 감독은 “한국 장례 음식에 대한 통렬한 고발”이라며 웃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세상의 어머니는 자식의 허물 앞에서…”

김 감독 특유의 인간애는 그가 만든 영화 흥행의 밑거름이다. ‘신과 함께’가 끝나면 대부분 관객들은 눈물을 훔치며 상영관을 나온다. 영화 후반 모성애가 절절하게 흘러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아서다. 동명 원작 웹툰에서와 달리 영화에선 부모와 자식 사이의 애틋함이 부각된다. 자홍과 수홍(김동욱)이 형제로 엮이면서 달라진 변화다.

처음엔 제작사 등의 반발이 거셌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찍냐는 냉소까지 들었다. 김 감독은 자홍의 어머니(예수정)도 원작과 달리 영화에서는 언어 장애인으로 캐릭터를 바꿨다. “세상의 어머니는 자식의 허물 앞에 다 입을 다문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감독은 이 설정들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삶과 죽음을 논하는 영화에서 어느 정도의 울림은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 감독의 드라마에 힘입어 영화는 개봉 열흘 만인 29일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김 감독이 찍고 배우 마동석 등이 새롭게 출연하는 ‘신과 함께’ 2부는 내년 8월 개봉한다.

김용화 감독이 연출한 영화 ‘국가대표’의 한 장면.

내년엔 할리우드 진출 “인생 아이러니”

김 감독은 모험으로 성공한 제작자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2011년 시각특수효과 회사 덱스터스튜디오(덱스터)를 세웠다. 데뷔작인 ‘오!브라더스’(2003)를 비롯해 ‘미녀는 괴로워’와 ‘국가대표’로 번 돈을 모두 이 회사 자본금으로 썼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였다.

김 감독은 ‘미스터 고’ 실패 후 “회사를 접을 생각도 했지만” 밖에서 이 회사의 가치를 알아봤다. 중국 완다그룹은 2015년 1,000만달러(약 106억원)를 덱스터에 투자했다. 완다그룹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영화관 체인인 AMC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영화관 사업자이다. ‘쥬라기 월드’(2015) 등을 제작한 레전드리 픽처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덱스터는 ‘적인걸2’ ’몽키킹’ ’지취위호산’ 등 중국 영화를 잇달아 제작하며 몸집을 키웠다. 이 회사는 윤제균 감독이 연출하는 한중 합작영화 ‘쿵푸 로봇’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2015년 코스닥 상장한 덱스터는 시가총액 2,200억원대(12월 기준) 회사로 성장했다. 김 감독의 지분(26.77%ㆍ6월 기준) 가치는 500억 원을 웃돈다. 고등어를 팔다 수백억 원의 자산가가 된 김 감독은 “인생 참 아이러니”라며 웃었다. 김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도 준비 중이다. 이르면 2018년 말부터 영화 ‘프로디걸’ 촬영에 돌입한다. 마블 히어로의 창시자인 스탠 리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다.

누구보다 휴먼스토리에 집착하는 그는 왜 컴퓨터 기술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일까. 그는 1990년 개봉한 영화 ‘어비스’(감독 제임스 캐머런) 얘기를 꺼냈다.

“심연에서 잠수정을 타고 들어가 남녀 주인공의 엄청난 드라마가 펼쳐지잖아요. 그 깊은 감정을 나르는 도구가 바로 시각효과고요. 큰 감명을 받았죠. 제게 드라마와 VFX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예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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