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 직무적합성 평가 도입 "지원자 몰릴 것" 예상 빗나가
작년보다 약 10% 줄어든 9만여명, 에세이 도입이 허수 걸러내
채용 500명 줄어 4500명 안팎, 경쟁률 20대1 작년과 비슷할 듯
극심한 취업난 속에 치러진 올 상반기 삼성그룹 대졸 채용 접수에 이변이 일어났다. 최다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뜻밖에 지원자가 줄어든 것이다.
31일 삼성에 따르면 3월 20일 접수 마감된 삼성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 지원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10% 가량 줄어 들었다. 따라서 4월 12일 치러지는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응시인원은 10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9만여명이 응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SSAT 응시 인원은 10만여명이었던 지난해 상ㆍ하반기 공채 때보다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채용규모도 함께 줄어 경쟁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20 대 1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의 신입 공채 지원자는 2013년 하반기에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상ㆍ하반기 합쳐 20만명 이상이었다. 당초 올 상반기 채용은 학점 4.5점 만점에 3.0 이상이고 영어회화 점수만 있으면 누구나 SSAT에 응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여서 지원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삼성은 동일 계열사에 3번까지만 지원할 수 있는 제한 규정도 없앴다.
올 하반기 공채부터는 새로 도입되는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해야만 SSAT를 응시할 수 있도록 채용 제도가 까다롭게 바뀐다. 이 때문에 지원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삼성 입사 문턱이 높아지기 전 마지막 공채인데도 지원자가 오히려 감소한 이유는 에세이 제출이 새로 포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첫 번째 단계인 지원서에서 개인 경험과 지원 동기, 포부 등을 묻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계열사별 핵심 사업과 관련된 내용을 논술 형식으로 제출하도록 새로 바꿨다.
에세이는 서류 전형에 반영되지 않지만 SSAT 통과 후 면접 때 활용되기 때문에 중요 평가 요소가 된다. 게다가 에세이의 난이도 역시 직무 관련 전문 지식이 없으면 작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SSAT 지원자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에세이를 도입한 것”이라며 “까다로운 에세이가 무턱대고 지원하는 ‘허수’ 지원자를 사전에 걸러내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삼성 상반기 신입공채 선발 규모를 4,500명 안팎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최대 5,000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올해 경영 여건 악화 등을 이유로 채용 규모를 축소할 방침이다. 여기에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면서 그룹 전체 채용 인원이 줄었다.
한편 삼성은 16개 계열사별 공채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서울ㆍ부산ㆍ대구ㆍ광주ㆍ대전 등 전국 5개 지역과 미국 뉴어크ㆍ로스앤젤레스, 캐나다 토론토 등 해외 3개 지역에서 12일에 SSAT를 실시한다. 이어 임원면접과 직무역량면접을 거쳐 6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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