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섭 기자

남보라 기자

등록 : 2017.05.10 17:18
수정 : 2017.05.10 17:18

고법, 수능문제 오류 첫 국가배상 판결

등록 : 2017.05.10 17:18
수정 : 2017.05.10 17:18

“명백히 틀린 지문, 주의의무 결여”

1년 뒤 추가 합격자 1000만원씩

하향지원 피해에는 200만원씩

1심 뒤집고 94명에 위자료 판결

법원이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에서 출제된 8번 문항의 오류로 수험생 94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대상으로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사진은 당시 출제된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 문항. 부산고법 제공

수능 출제 문항의 오류로 피해를 본 수험생들에 대해 처음으로 손해를 배상하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수능 시험 피해자에 대한 금전적 배상을 결정한 첫 사례다.

부산고법 제1민사부(부장판사 손지호)는 10일 수험생 94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문자체에 오류가 있거나 객관적 사실에 위배돼 명백히 틀린 지문임에도 문제 출제과정과 이의처리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이 같이 판결했다. 법원은 이로 인해 등급결정에 불이익을 받아 지원했던 대학에 1년 가량 뒤늦게 추가 합격한 수험생 42명에게 각 1,000만원, 점수 하락으로 지원가능 대학 범위가 줄어 손해를 입은 수험생 52명에게는 각 2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논란이 된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은 2012년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총생산액 규모 등에 대한 질문이었다. 2012년 당시 총생산액은 NAFTA가 더 컸지만 평가원은 EU쪽이 더 크다는 문항을 정답으로 처리했다. 당시 3만7,684명이 세계지리 과목을 선택해 이 중 1만8,000여명이 오답 처리됐다.

수험생들은 평가원 등을 상대로 등급결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 행정소송 1심은 문제에 오류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오류를 인정했다. 평가원은 이를 받아들여 뒤늦게 수험생들의 세계지리 성적을 재산정하고 추가 합격 등의 구제 조치를 했다.

그러나 수험생 94명은 출제 오류로 인해 재수를 결정하거나 등급이 낮아지는 피해를 봤다며 부산지법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해 7월 1심은 “출제과정에서의 명백한 재량권 일탈, 남용이 없었고 주의의무를 다했다”며 수험생들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항소심은 달랐다.

정부는 상고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보고 검토할 것”이라며 “고의나 중대과실이 있을 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데 세계지리 문항은 절차에 맞게 출제했고 학생들에 대한 구제절차도 진행해 손해배상을 할 정도인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상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금까지 수능시험에서 출제오류는 여러 번 있었지만, 수능 출제오류에 대해 손해배상 판결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2002~2003학년도 수능시험에서 평가원이 수험생 성적 소수점을 반올림한 점수를 각 대학에 입학전형 자료로 통보하자 수험생들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거쳐 환송 후 항소심에서 기각됐다.

다만 2004년 2월 시행된 39회 공인회계사 시험 1차 객관식 출제 오류에 대한 손해배상 사건의 항소심에서 국가의 과실을 인정해 500만원씩 지급하도록 한 판결 등 인정 사례는 소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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