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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자

등록 : 2018.01.17 17:35
수정 : 2018.01.17 22:33

“당하지만 않겠다” MB 반격 카드 있나

등록 : 2018.01.17 17:35
수정 : 2018.01.17 22:33

측근들 함께 회견문 읽고 자리 떠

1995년 전두환 골목성명 연상케

민주당 “측근 감싸기에 급급”

홍준표 “당원도 아니고…” 거리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17일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은 검찰 수사의 칼끝이 자신의 턱밑까지 향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특히 “측근들을 더 이상 건드리지 말고 나를 직접 겨냥하라”고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선 것은, 정치보복에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마지막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불만의 톤이 훨씬 강해졌다. 그간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쌓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이“자신을 직접 수사하라”고 일갈한 것은 검찰 수사가 MB정부 시절 핵심 멤버들을 전방위로 겨냥하자, 최고 책임자로서 최소한의 보호막을 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집사 역할을 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의 잇따른 구속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현 정권에 대한 단순한 호소를 넘어서 사실상 전면전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실제로 MB정부 당시 2인자로 통했던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을 잡아가려고 하면 전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점에 비춰보면, 이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확보한 각종 자료와 정보를 바탕으로 현 정권을 상대로 한 역공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고 적폐청산을 규정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 대결로 여론을 끌고 가 보수진영을 결집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검은색 양복을 입고 회견장에 선 이 전 대통령은 750자가량의 기자회견문을 3분 정도 읽은 뒤, 추가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떴다. 회견장에는 MB정부 당시 청와대 참모였던 맹형규ㆍ김효재 전 정무수석, 이동관ㆍ김두우ㆍ최금락 전 홍보수석,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등이 자리를 지켰다. 자기 할 말만하고 회견을 끝내 마치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5년 12월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측근들과 나란히 서서 자신을 향한 수사에 반발했던‘골목성명’을 연상케 했다.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측근 감싸기에 급급한 기자회견이었다”며 “더 이상 국민을 기망하지 말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도“대단히 부적절한 성명이었다”고 비판한 뒤 “검찰 수사를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의 원적지인 자유한국당은 엄호에 나섰다. 홍준표 대표는 “MB가 의논해 (국정원) 돈을 받았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 한 대통령이 사후보고 받은 것은 아무 범죄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다만 “두 분(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은 다 한국당 출신 대통령이다. 당원도 아니고 자신들이 나갔다”고 선을 그었다.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높은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을 대놓고 감쌀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당내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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