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최대 위기로 몰아 넣고 있는 ‘보좌관의 시민 폭행’ 사건과 관련해 프랑스 제1야당이 그 책임을 물어 내각 불신임을 추진키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날로 확산되는 비판 여론에 결국 ‘대통령실 개편’을 약속하면서 뒤늦은 대응에 나섰지만, 이 사건을 둘러싼 파문은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티앙 자콥 프랑스 공화당 원내대표는 24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정부가 의원들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각 불신임안을 조만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스캔들로 인해) 정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내각은 대통령 보호에도 실패했다”면서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우리의 질문에 제대로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지난 19일 추적보도를 통해 지난 5월 1일 노동절 집회 당시 마크롱 대통령의 보좌관이자 수행비서였던 알렉상드르 베날라(26)가 시위대를 폭행한 사실을 공개했다. 문제의 사건이 담긴 영상에는 경찰관이 시위에 참가한 젊은 남녀를 때리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실제로는 베날라가 경찰의 진압용 헬멧을 착용하는 등 신분을 위장한 채 이러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이에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이에 베날라를 해임하고 검찰도 수사를 개시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프랑스 정치권은 더욱 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의회는 개헌 논의까지 중단하면서 ‘베날라 게이트’ 국정조사에 나섰고, 야당들은 제라르 콜롱 내무장관 사임 등을 요구하며 대정부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 공화당 의석 수(103석)를 감안할 때, 의원 58명의 동의가 필요한 하원의 내각 불신임안 발의 자체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불신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 하원 의석 과반을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원집정부제를 택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내각 불신임’은 결국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어서, 마크롱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일종의 ‘정치 공세’ 성격이 강한 셈인데, 자콥 원내대표도 “정부를 끌어내리기 위한 건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사건으로 입을 정치적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엘리제궁은 이미 지난 5월 내부적으로 문제가 되자 베날라에게 ‘정직 15일’ 처분만 내리고는 사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실상 유야무야 뭉개면서 넘어가려 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다. ‘프랑스판 문고리 권력’ 사건이라는 평가 속에 마크롱 대통령으로선 “사람을 잘못 쓴 데 대한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그저 감수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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