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의 시행령 위에 법률 있어
입법부 수정 요구는 당연한 권리"
국회법 개정안(93조 3항)에 대해 청와대와 법무부가 29일 국회가 행정입법 권한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지만 학계와 법조계는 대체로 “위헌 소지가 없다”는 상반된 해석을 내놨다.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는 중앙행정기관에 수정ㆍ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장은 이를 처리해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 게 문제의 개정안인데, 기존에는 국회가 통보만 할 수 있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부가 제정한 시행령 위에 국회가 낸 법률이 있어서 법률에 의해 시행령의 범위를 수정하는 것은 입법부의 당연한 권한으로 삼권분립과 무관하다”며 “청와대가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도 “위임입법 관련 사안으로 국회의 권한을 행정부한테 위임한 것이니 국회는 법률에 따라 그 위임을 거둬들이거나 바꿀 수 있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시행령을 무효화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강제 규정을 두지도 않아 위헌 소지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무부는 이날 오후 “헌법적 근거 없이 국회가 행정입법을 수정하거나 변경을 요구해 처리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시행령을 행정부가 만들고 사법부가 견제하도록 권한을 부여한 헌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이헌 변호사도 “시행령이 상위 법률에 반하면 법원은 무효라고 판단해 사건에 해당 시행령 적용을 하지 않고, 변경ㆍ폐지 여부를 사실상 행정부의 판단에 맡긴다”며 “국회가 시정을 요구하고 행정부가 따라야 한다는 건 헌법상 권력분립 위반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경지법 한 판사도 “헌법상 구체적 사건에 대한 재판의 전제가 된 행정입법의 경우 최종적 위헌, 위법 심사권한을 대법원에 부여하고 있는데, 그 취지와 헌법상 일반적인 체계와 충돌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은 행정 주체가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시행령을 제정하도록 보장하는데, 행정입법은 주체에 따라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으로 나뉜다. ‘법 위에 시행령’으로 지적되면서 이번 개정안 통과의 배경이 된 세월호특별법의 시행령은 대통령령이다.
법 위에 군림하는 시행령으로 국회의 권한이 침해돼 이를 바로 잡는 취지의 이번 개정안은 문제될 게 없다는 법조계의 분석도 있다. 이재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은 “행정입법은 법률의 범위를 벗어나는 자체가 권력 분립을 침해하기에 법률이 위임한 범위를 넘는 시행령에 국회가 수정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며, 모법에 반해 변경된 시행령들은 민ㆍ형사 재판에 걸려 있지 않으면 방치돼 있어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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