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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줄세우긴 막았지만…외면 받는 차트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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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줄세우긴 막았지만…외면 받는 차트 개혁

입력
2017.03.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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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실시간 음원 차트 톱10을 휩쓸었던 ‘아이돌 음원 줄 세우기’ 현상은 약해졌다. 그러나 ‘아이돌 역차별’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고, 가요계 관계자들은 “의미 있는 변화는 아니다”라며 고개를 돌렸다. 주요 음원사이트 업체가 자정에 공개된 음원을 실시간 차트에 반영하지 않기로 한 뒤 약 일주일 후 벌어진 가요계 풍경이다. 멜론, 벅스, 지니 등 음원사이트 업체는 지난달 27일부터 정오~오후 6시에 발매된 음원만 시간마다 바뀌는 실시간 차트에 음원 이용량을 반영하고, 이외 시간에 공개된 음원은 다음날 오후 1시에 반영하는 ‘음원 차트 개편안’을 시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자정 음원 공개가 차트를 왜곡한다며 음원사이트에 실시간 차트 운영 변화를 요청한 뒤 나온 조치다.

‘음원 강자’ 여자친구의 신곡 실시간 1위 실패

‘음원 차트 개편안’은 팬덤을 등에 업은 아이돌이 사용자가 적은 자정에 음원을 공개해 다음날 이른 오전까지 차트 10위 권에 자신들의 신곡들을 줄 세우기 하는 현상을 막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차트 개편안 시행 후 6일 오후 2시까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음원 사이트인 멜론의 실시간 차트를 모니터 한 결과, ‘아이돌 음원 차트 줄 세우기’는 차트 운영 개편 후 8일 동안 자취를 감췄다.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태연은 지난달 28일 정오에 새 앨범 ‘마이 보이스’ 수록 곡 중 ‘파인’으로 오후 1시에 공개되는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다른 수록 곡을 톱10에 들이지 못했다. 그룹 여자친구는 6일 새 앨범 ‘디 어웨이크닝’을 냈으나 타이틀곡 ‘핑거팁’으로 같은 차트 4위에 머무는 데 그쳤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태연과 여자친구는 새 앨범 음원이 자정에 공개됐다면 적어도 3~4개 수록곡은 차트 톱10에 진입했을 것”이라며 “정오엔 다양한 세대의 사용자가 몰리다 보니 ‘신곡 줄 세우기’가 불가능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음원 정오 공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아이돌그룹 중엔 ‘오후 6시 공개파’가 등장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방과 후 학생들을 잡으려는 아이돌 기획사의 몸부림이다. 그룹 비투비는 이날 오후 6시에 신곡을 공개했다.

학교에 있는데 정오에 음악 들으라고?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당장 아이돌 기획사와 팬들은 “차트 변화의 희생양이 됐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돌그룹의 주 소비층은 10대인데, 좋아하는 가수가 정오에 신곡을 공개하면 제때 들을 수가 없다. 학교에 있을 시간이기 때문이다. 음원 사이트업체가 실시간 차트 반영 기준을 정오로 정하는 바람에 아이돌 음악을 즐기는 10대들은 제때 신곡을 즐기는 데 제약을 받았고, 그 ‘불똥’은 아이돌에 튀었다. 아이돌 음원 줄 세우기 방지를 이유로 실시간 집계 시간대만 옮겨 차트 공정성을 확보하려 한데 따른 부실한 차트 개혁안이 낳은 부작용이다.

서울 은평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이소람(15)양은 “등교하면 아침에 휴대폰을 반마다 배치된 수거함에 넣고 방과 후에 휴대폰을 들고 나간다”며 “왜 차트 공정성을 위해 아이돌과 팬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쾌해했다. 한 대형 가요 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아이돌 팬들의 정당한 음원 소비를 팬덤을 통한 ‘음원 사재기’처럼 바라보는 편견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이돌 음원 줄 세우기가 아니라 ‘5분 차트’ 등이 문제”

해외에서도 미국 밴드 마룬5나 영국 가수 아델 등 유명 스타들도 새 앨범을 내면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톱10을 해당 가수의 수록 곡들이 휩쓴다. 실시간 차트가 지닌 근본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아이돌 팬들이 그들만의 ‘화력’으로 만드는 차트 줄 세우기 보다 음원 경쟁을 부추기는 시스템을 없애는 일이 더 중요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경마하듯 음원 경쟁을 하게 하는 ‘5분 차트’의 폐지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 등 미국 대형 음원사이트에서도 실시간 차트는 존재하지만, 분 단위로 음원 소비 추이를 제공하진 않는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이번 음원 차트 개편은 업체가 실시간 차트의 폐해를 아이돌과 팬들에게 전가해 책임 회피를 하고 있는 꼴”이라며 “‘5분 차트’(매 5분마다 음원 순위가 집계되는 방식) 등의 차트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음악 단체에서 신뢰할 말한 ‘종합차트’를 만드는 게 음원 차트를 둘러싼 여러 부작용을 해결하는 지름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가 운영하는 가온차트를 통해 공정한 차트를 만들자는 것이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멜론 등 민간 업체의 차트에 공정성을 과도하게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가온차트에 음원과 음반 판매량, 음원 방송 횟수 등을 합산한 주간 종합 차트를 만들어 공신력을 쌓아갈 필요가 있다”란 의견을 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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