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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2015 개정 교육과정 소감

입력
2018.01.09 15: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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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대한 국가·사회적 요구 확산’에 따라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다(작년에 초1~2학년, 올해는 중1, 고1부터 적용된다). ‘모두가 행복한 교육, 미래를 여는 창의인재’ 양성을 위해 나라에서는 교육과정까지 새로 만들었는데 나는 왜 오늘도 학원 숙제 빨리 끝내라고 악쓰고 있지? 학부모 욕심이 나라교육을 망친다는 말이 맞나?

우선 ‘진도 나가기’, ‘과도한 반복학습’, ‘정답 찾기’, ‘주지교과 중심의 지식교육’이 문제라는 진단에 동의한다. 대안도 대부분 마음에 드는데 눈길이 가는 대목은 역시 시험과 성적 관련이다. ‘정답 찾기’ 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 및 수행평가를 확대’한다는데 갑자기 악몽이 떠오른다. 수행평가는 부모숙제였던 시절의 기억은 분명 악몽이었다. 서술형과 논술형 역시 본래 의도와는 달리 출제와 채점의 편의를 위해 단답식 위주로 출제하기 십상인데 큰일이다. ‘과정 중심 평가 강조’에도 주목한다.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수업 중에 교사가 평가한다는 말인데 과연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까? 현재와 같은 교실환경에서 교사가 제대로 평가하고 기록할 수 있을까, 그 결과를 학부모들이 신뢰할까? ‘자유학기의 취지를 중학교 3년의 전체 교육과정으로 확산’한다는데 걱정이 앞선다. 시험공부로부터 학교수업을 해방시켜 ‘협동 학습, 토의ㆍ토론 학습, 프로젝트 학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을 강화’한다는데 전달식 수업에 익숙한 교사들이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시험의 굴레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진로 탐색 활동, 주제 선택 활동, 동아리 활동, 예술ㆍ체육 활동 등 다양한 체험 중심의 활동’을 하도록 한다지만 과연 준비된 학교가 얼마나 될까? 학교에서 시험을 안 보기 때문에 학원에 가서 마음껏 대입 선행학습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지적은 무시해도 되는 걸까?

내가 알고 있는 학교는 달라진 교육과정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아니 그 이전에 공교육의 책무성을 스스로 포기한 모습, 일부 상위권 변별을 위해 문제를 꼬아서 내고, 선행학습을 전제로 수업을 하며, 사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등 오히려 사교육을 공교육이 부추기는 잘못도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한 교육에서 벗어나자는 일본의 교육개혁 시도가 정상궤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어서 그런 걸까 기말고사가 끝나면 비디오가 선생님이 되는 현실에도 개정 교육과정에 희망을 걸었지만 결국 절망한다. ‘학생 참여형 수업과 과정중심 평가 확대를 위해 초ㆍ중ㆍ고별, 교과별 교원연수를 강화’하겠단다. ‘새롭게 개설되는 교과의 체계적 준비를 위해 교원양성기관(교육대학, 사범대학)의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하겠단다. 이미 학교 밖 사교육이 학교수업까지 교란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자기합리화에 급급한 공교육을 ‘연수’와 ‘개편’으로 변화시키겠단다. 또 한 번 우리 학부모와 학생은 실험용 쥐가 되는 건가?

교육과정 개편을 기회 삼아 이미 대치동에서는 코딩교육 열풍이 불고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선행학습에 열을 올린다는데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지! 자기 자식만을 위해 사교육을 주 무기로 입시 경쟁력 확보에 돈을 쏟아 붓는 그들처럼 하고 싶지는 않다.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 모두가 이번 교육과정에 따라 공교육에서 제대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면 굳이 그럴 이유도 없다. 하지만 사교육에 올라타 저만치 앞서가는 그들을 볼 때마다 공교육에 질질 끌려 다니는 내 모습이 떠올라 비참해진다. 부모 노릇 제대로 하는 거 맞나? 나중에 자식에게 원망 듣고 싶지 않기에 제발 부탁한다. 공교육을 믿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정책이 아니라 신뢰가 우선이다.

박재원 학부모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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