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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콧, 불출석, 막말... 구태 여전한 ‘적폐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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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콧, 불출석, 막말... 구태 여전한 ‘적폐 국감’

입력
2017.10.15 15: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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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보수정권 실정 파헤치자

야당 판 깨기 전략에 파행 빈번

헌법재판소 국감 93분 만에 중단

국정교과서 조사 1박 2일 실랑이

국방위 과방위 핵심 인물 불출석

보여주기식에 자신 홍보에 주력

국정교과서 여론조작 공방 여파로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열릴 예정이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가 여야 의원들의 불참으로 개회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교과서 여론조작 공방 여파로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열릴 예정이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가 여야 의원들의 불참으로 개회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 첫 국정감사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직 초반이기는 하지만 여야 정쟁으로 파행이 속출했고 거물급 증인의 배째기식 불출석이 이어졌으며 보여주기식 구태 질의는 여전했다. 여야 공히 저마다의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지만 국감이 도리어 적폐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국감에서는 유달리 국감 자체를 거부하는 보이콧 사태가 빈번해졌다. 여당이 앞장서 보수 정권 9년의 실정을 파헤치고 나서는 상황에서 입지가 좁아진 야당이 아예 판을 깨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헌법재판소 국감에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야3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자격을 문제 삼아 국감 자체가 무산된 게 대표적이다. 야3당은 국회 동의를 받지 않은 위법적 헌재소장의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공세를 퍼부었고 여야 공방 끝에 국감은 개회만 한 채 93분 만에 막을 내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야당이 조자룡 헌 칼 쓰듯 보이콧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료 제출 공방으로 시간만 허비하는 경우도 여전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국정 역사 교과서 진상조사 자료 열람 문제를 두고 12일부터 1박 2일 간 실랑이를 벌였다. 안전행정위원회 역시 경찰청 내부 경찰개혁위원회 내부 회의록 녹취록 제출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여 한때 파행을 빚었다.

용두사미 식 증인채택 구태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당은 전임 보수정권 거물급 인사를, 야당은 현재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부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전•현직 실세들은 모두 빠져나가 맹탕 국감이 돼 버렸다. 국방위원회의 경우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으나 여야 합의 실패로 모두 무산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5대 핵심 증인이었던 이명박 정권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동관 전 홍보수석과 이해진 네이버 전 이사회 의장·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은 모두 국감에 불출석했다.

내실 있는 정책 질의가 실종된 국감장은 고성과 막말이 대신 채웠다. 과방위에선 한국당 의원들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이효성씨’ 또는 ‘적폐위원장’으로 불러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정무위의 국무총리실 감사에서는 총리실 2급 공무원에게 사상검증에 치우친 질의가 이어져 국감이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행정부 감시와 견제라는 국감 본연의 목적은 사라졌고 국회의원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국감에도 각종 튀는 소품들이 등장해 보여주기 식 국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물론 해마다 진화하는 국감소품이 국감을 시각적으로 풍성하게 만든다는 긍정적 평가도 없진 않다. 안행위 소속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경찰청 국감장에서 탁상시계와 자동차 열쇠, 물병 모양의 위장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며 몰카의 위험성을 지적해 호평을 받았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장에서 인터넷에 유포된 제조법을 참고해 만든 EMP 충격기로 스마트폰을 먹통으로 만드는 장면을 시현해 눈길을 끌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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