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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의 반려배려] 끝나지 않은 공혈견 이야기

입력
2017.09.2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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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물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사육되는 공혈동물은 국내에 300마리 안팎으로 추정된다. EBS 방송 캡처
다른 동물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사육되는 공혈동물은 국내에 300마리 안팎으로 추정된다. EBS 방송 캡처

다른 개나 고양이에게 피를 나눠주는 공혈견, 공혈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지 딱 2년이 지났다. 당시 공혈 동물에 대한 개체 수 파악뿐 아니라 관리 기준조차 없는 게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이후 정부는 개와 고양이를 가두고 혈액을 채취하는 행위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는가 하면 업계와 학계, 동물단체와 함께 관리 체계의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밝혔고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얼마 전 한 대학생 그룹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보도가 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뀐 게 없고, 공혈 동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헌혈견 문화 확산을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데 관련 정보들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계기로 공혈 동물 관리가 어정쩡한 상황에 놓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해 9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동물혈액은행, 서울대 수의대, 동물단체 등이 참여한 ‘혈액나눔동물의 보호·관리 가이드라인(안)’이 제정됐지만 공포가 되지 않아 대부분의 동물병원뿐 아니라 동물보호단체, 전문가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홍보하기부터 바쁠 텐데 1년 넘게 묵혀져 있었던 셈이다.

농식품부는 당시 기획재정부와 함께 주관한 반려동물산업 육성 가이드라인 발표에 밀려, 지금은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보완 때문에 공포가 연기된 것 일뿐 올해 안으로 공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동물들의 발이 빠지는 뜬장을 허용하고, 채혈횟수 등 기본적인 내용만을 갖춘 가이드라인 자체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측면이 더 커 보인다.

더욱이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말 그대로 권고사항일 뿐이다. 정부는 법제화를 검토했으나 한 업체에만 해당하는 법을 만들 필요가 있겠냐는 지적이 있었고, 가이드라인을 만든 이후 개선이 되지 않으면 다시 법제화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려동물 수가 늘어나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언제든 시장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오히려 국내 모든 반려동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 업체라면 “인허가사업이 아니라 관리할 수 없다”는 논리로 자율적 규제에 맡길 게 아니라 더욱 관리, 감독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보도 이후 강원대, 전남대 등 수의대들이 자체 공혈견 제도를 없애는 등 한국동물혈액은행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헌혈견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해외에선 헌혈을 하는 개를 대상으로 무료 건강검진을 해주기도 한다. 국내에도 최근 대학 수의대와 대형견 동호회를 중심으로 헌혈견 제도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헌혈이 가능한 대형견을 많이 키우지 않는 우리 반려문화 특성 상 헌혈만으로 모든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필요악’인 공혈 동물이 사라지기 전까진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공혈 동물 관리를 민간기업의 양심에만 맡길 게 아니라 동물복지를 고려한 관리 기준을 만들고, 이를 법적 테두리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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