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내리막 구간별 특성 감안...감독들 최적의 출전 명단 짜내
경부역전서만 볼 수 있는 묘미...경북 베테랑 정운산 소구간 1위
나흘째 대구간서 전남 제치는 이변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28ㆍ자메이카)가 첫 번째 주자로 뛸 리 없다. ‘2인자’ 요한 블레이크(25ㆍ자메이카)가 볼트 대신 네 번째 주자로 나설 리도 만무하다. 육상 계주 경기는 기량과 순번이 반비례한다. 잘 뛰는 선수가 후미다.
같은 릴레이 방식이지만 제60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이하 경부역전마라톤)는 전략이 다르다. 트랙을 달리지 않고 각 소구간마다 난이도, 거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황규훈(61) 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은 “언제 에이스를 투입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400m, 800m 계주처럼 “가장 잘 뛰는 선수가 무조건 막판에 나서는 일도 그리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매일 펼쳐지는 70~90㎞의 레이스는 결국 각 시ㆍ도 코칭스태프의 머리 싸움에 달렸다는 얘기다. 각 구간 주자 명단만 봐도 최종 순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즉 ▲오르막/내리막/평지 가운데 ▲혼자 뛸 때와 여럿이 함께 뛸 때 ▲땀이 잘 나지 않는 오전과 땀을 비오 듯 쏟는 낮 가운데 누가 더 잘 뛰는지를 파악해 ‘최적의 출전 명단’을 완성해야 한다.
대회 나흘째 김천~대전(86.5㎞)을 달린 19일. 일주일 간의 국토 대장정 중 소구간이 10개로 가장 많은 코스다. 그만큼 소속 팀 10명의 선수를 효율적으로 가동하려는 감독들의 ‘오더 싸움’도 치열했다. 선수단 전원이 고른 기량을 갖고 있는 충북은 이날도 여전한 독주를 선보였다. 2~3위에 촘촘히 붙어 있는 서울, 경기의 라이벌 맞대결이 볼 만했다.
서울이 치고 나갔다. 제2소구간 주자 이숙정(23ㆍ삼성전자)이 2위로 팀을 이끌며 경기도에 100m 정도 앞섰다. 그러자 경기도 제3소구간 염고은(20ㆍ삼성전자) 의 활약으로 2위 자리를 재탈환하는 저력을 보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던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린 건 제9소구간에서다. 서울은 김태진(19ㆍ건국대) 강순복(19ㆍ건국대) 조준행(17ㆍ배문고)을, 경기는 김영진(31ㆍ삼성전자) 성지훈(23ㆍ고양시청) 김승민(20ㆍ한국체대)을 내세워 4~8소구간까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레이스를 전개했다.
서울의 9번째 주자는 노련한 박진성(29ㆍ서울시청)이었다. 경기도는 고준석(24ㆍ삼성전자)으로 맞불을 놨다. 고준석이 어느 정도 거리만 유지한다면 2위로 대전에 입성하는 쪽은 경기도일 확률이 커 보였다. 그러나 박진성이 제9소구간 옥천~세천(9.1㎞)을 28분16초 만에 통과한 반면 고준석은 28분52초로 주춤했다. 결국 서울이 이날 4시간41분07초의 기록을 낸 반면 경기도는 4시간41분15초를 기록했다. 혈투의 결과는 8초 차이였다.
경북은 4시간43분56초로 지난해 준우승 팀 전남(4시간44분14초)을 제치는 이변을 만들어 냈다. 중간 기록에서는 전남에 10분 넘게 뒤져 있지만 베테랑 정운산(35ㆍ구미시청)이 이번 대회 들어 경북 선수 두 번째로 소구간 1위에 오르는 역주를 했다.
대전=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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