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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조직원의 지혜를 빌려라.

입력
2018.01.22 14:4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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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사의 김 대표.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의 수재에 만능 스포츠맨. 주력 사업분야인 신재생에너지쪽으로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 회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또 그에 걸 맞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런 김 대표의 버릇 하나. 자신이 진행하는 일에 관해 누군가 이의를 제기하면 ‘그래요? 과연 누가 맞는지 볼래요?’라고 도발적 태도를 보인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복기(復碁)까지 한다. 김 대표의 천재성이 빛을 발하는 만큼 임직원들은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으려는 습관이 몸에 배어 버렸다. 회사 분위기가 그렇게 돌아가는 것을 김 대표는 왜 모를까?

전국시대 사상가인 한비자는 리더의 이런 처신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위에 있는 자가 장기를 앞세우면 모든 일에 균형을 잃는다. 자기 자랑이 심하고 자신의 능력을 믿으면 아랫사람에게 속임 당하기 쉽다. 구변 좋고 영리하다고 지나치게 자부하면 아랫사람이 빌붙어 일을 꾸민다. 위 아래가 그 할 일을 바꾸면 나라는 그 때문에 잘 다스려지지 않는다.“

(한비자 양권편)-

현자(賢者)와 지자(知者)를 쓸 수 있다는 자체가 리더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조건은 리더의 ‘선택하는 능력’이다. 리더가 자만한다는 것은 위험한 징조이다.

위 나라의 무후(武侯)가 신하들과 더불어 작전회의를 가졌는데 군신 중의 누구도 그를 따르지 못했다. 퇴출할 때 무후는 자신만만한 희색을 보였다. 이에 오기가 타일렀다.

“옛날에 초나라의 장왕이 작전회의를 열었는데 모두 왕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장왕은 회의를 끝내면서 수심에 잠겼습니다. 신공이 ‘왜 걱정하십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장왕은 대답했습니다. ‘어떤 시대건 성인이 있고 어떤 나라건 현자는 있게 마련이라고 한다. 성인을 스승으로 모시면 왕이 되고 현자를 벗으로 삼으면 패자(覇者)가 된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 과인이 신통치 않은 처지인데도, 군신이 과인보다도 못하니 초나라는 위태롭지 않겠는가?’ 초나라의 장왕은 그렇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주군께서는 오히려 그 점을 도리어 기뻐하고 계시니 근심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자, 도국ㆍ圖國)

마키아벨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어떤 군주의 두뇌의 우열을 측정하려면 먼저 그 군주의 측근을 보면 된다. 측근이 유능하고 성실하면 그 군주가 총명하다고 평가해도 틀림이 없다는 것이다. 군주가 그들의 실력을 알아내는 사람이며 그들로 하여금 탓할 바 없 충성을 다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측근이 무능하다면 그 군주에 대해 좋은 평가를 줄 수 없다. 그 군주가 인선(人選)에서 벌써 과오를 범했기 때문이다.”(군주론 제22장)

통치자에 대한 평가의 기준은 우선 그 둘레에 잇거나 그가 발견하고 키워낸 인재들의 질과 양으로 설명된다. 결국 대인물이 아니면 대인물을 등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피터 드러커는 ‘효율적 경영자론’이라는 책에서 리더는 ‘전문성(Speacilaty)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전문(專門) 자체는 하나의 단편에 불과하여 아무런 성과도 생산하지 못한다. 한 전문가의 산출물이 다른 전문가의 산출물과 결함될 때 비로소 전체로서의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전문가를 일반가로 교육하는가에 있지 않다. 오히려 전문가로 하여금 그 자신과 그 전문을 정녕 효과적으로 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결국 리더는 전체적인 관리자로서 악단의 지휘자에 비유할 수 있다. 그의 조정활동은 서로 다른 전문가, 연주가들간에 조화성 있는 일체적 관계를 수립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크든 작든, 조직의 리더는 참으로 어려운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조우성 변호사ㆍ기업분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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