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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녀 “굿판 8년간 쫓아다니며 연기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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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녀 “굿판 8년간 쫓아다니며 연기 공부"

입력
2017.05.2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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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녀는 OCN 드라마 '터널'의 인기 이유로 "인물간의 관계와 상황 설정이 촘촘하고 자연스럽다"는 점을 들었다. OCN 방송화면 캡처
이용녀는 OCN 드라마 '터널'의 인기 이유로 "인물간의 관계와 상황 설정이 촘촘하고 자연스럽다"는 점을 들었다. OCN 방송화면 캡처

“너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쓸모없는 놈이야.”

지난달 29일 방영된 OCN 드라마 ‘터널’ 11화에서 유옥희(이용녀)는 연쇄살인범인 아들 정호영(허성태)의 자백을 설득하러 간 경찰서에서 눈물이 고인 얼굴로 독설을 내뱉는다. 날카로운 눈빛과 허스키한 목소리가 스산함을 자아낸다.

유옥희는 면회를 마치고 나오며 아들에게 이런 말도 남긴다. “여기서 죽을 때까지 나오지 마라.” 죗값을 치르라는 서늘함이 느껴지면서도 아들이 사형만을 면하길 바라는 어미의 애끊는 바람이 담겨 있다. 범죄자 아들을 둔, 복잡다단한 심경의 노인을 이용녀(62)는 신비감이 깃든 얼굴로 ‘터널’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를 소화해낸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난 배우 이용녀는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잘하지 못한 것 같아 아직도 마음이 안 편하다”고 아쉬워했다.

이용녀는 매번 강렬하다. 3월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극 중 심춘옥(이용녀)이 살인마 모태구(김재욱)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은 선정성 논란이 일 정도로 실감 났다. “드라마는 영화보다 연기를 단순화해서 보여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효과적으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가끔 제 연기를 보면서 ‘너무 과장했나’하는 고민도 들어요. 계속 연구해야죠.”

이용녀는 "박찬욱 감독과 인연은 10년이 넘었는데 살갑지 못한 내 성격 탓에 사적으로 친해지지는 못했다"며 "그런데도 자주 찾아주니 고맙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이용녀는 "박찬욱 감독과 인연은 10년이 넘었는데 살갑지 못한 내 성격 탓에 사적으로 친해지지는 못했다"며 "그런데도 자주 찾아주니 고맙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1978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이용녀는 연극 ‘연산’ ‘애니깽’ ‘뿌리’ 등에서 굵직한 역할을 도맡아 했다. 연극배우는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편견과 달리 그는 “라면을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넉넉한 삶을 살았다. 영화 출연 제의도 마다하던 그는 학교 선배의 부탁으로 ‘여고괴담’(1998)에 출연하게 되면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아가씨’(2016)에 출연하며 ‘박찬욱 전문배우’라는 수식도 얻었다. 영화 ‘전우치’(2009) 드라마 ‘주군의 태양’(2013) 등에서 무속인을 연기했다. 도회적이면서도 묘하게 주술적인 그의 남다른 외모와 굵은 목소리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

“20대 중반 때 우연히 굿판을 보게 됐는데 완벽한 모노드라마더군요. 노래하고, 춤추고, 대사를 하면서 4시간을 혼자 힘으로 끌어가는데 관객의 몰입도가 굉장했어요. 그때부터 8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명한 굿판을 찾아다녔어요. 굿을 공부한 게 아니라 드라마를 짜는 기술, 관객을 빨아들이는 에너지, 효과적인 표현법을 배우러 다닌 거죠.”

스릴러 장르에 주로 출연하면서 이미지가 굳어진 것은 아쉽다. “힘을 빼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은데, 시트콤 같은 장르는 출연 섭외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최근 그는 KBS2 ‘추리의 여왕’에서 수다 떠는 노인정 할머니 역을 맡아 시트콤에 대한 갈증을 좀 해소했다. “연기는 다른 사람이 되는 과정이지만, 실제 그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이 반영된다고 믿어요. 앞으로도 진솔하게 살면서 가슴에서 나오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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