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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뇌지도 DB, 2023년까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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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뇌지도 DB, 2023년까지 만든다

입력
2016.05.3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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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그물망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뇌의 비밀을 밝히는 데 필수적인 뇌지도 데이터베이스(DB)가 2023년까지 우리나라에서도 구축된다. 뇌지도 DB가 완성되면 한국인이 잘 걸리는 뇌질환에 대한 좀 더 정밀한 진단과 치료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뇌연구원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뇌과학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미래부는 이를 위해 우선 100억원을 투입해 시범 사업을 진행한 뒤 2018년부터 10년간 총 3,4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뇌지도는 신경세포와 유전자, 단백질 같은 ‘구조 데이터’와 감각이나 운동, 판단, 학습 같은 ‘기능 데이터’를 각종 분석 기술로 모은 뒤 시각화한 자료를 말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미 2013년부터 국가 차원의 대규모 연구에 착수, 뇌지도를 비롯한 뇌과학 연구에 각각 5조5,000억원과 1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엔 일본과 중국도 이러한 경쟁에 뛰어 들었다.

정부는 선진국과 차별화를 위해 뇌의 여러 영역 중 두정엽의 뇌지도를 확보하는 데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수리 뒷부분에 있는 두정엽은 오감을 통해 얻은 각종 정보를 통합, 판단을 내린다. 김경진 한국뇌연구원장은 “두정엽은 구조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시각기능이 모여 있는 대뇌피질, 일본은 지능과 의식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뇌지도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뇌지도 연구는 과학자들이 각자 소규모로 진행했던 탓에 데이터가 축적되지 못했다. 뇌연구원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아 표준화한 DB를 구축한 뒤 관련 연구자들과 공유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략에는 한국인이 잘 걸리는 노화 관련 뇌질환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뇌지도를 작성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실제로 뇌졸중 등으로 뇌혈관이 손상돼 주변 신경세포까지 파괴되는 혈관성 치매는 서구보다 국내 발병률이 더 높다. 정성진 뇌연구원 정책센터장은 “뇌질환 특화 뇌지도가 완성되면 진단이나 치료에 필요한 부위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뇌 특정 부위를 바늘로 자극해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능력을 회복시키는데 쓰이는 뇌심부 자극술의 정확도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뇌지도를 활용한 산업화 연구도 진행된다. 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실제 뇌와 유사한 ‘오가노이드’(미니 뇌)를 만드는 식이다. 선웅 고려대 의대 교수는 “1~3㎜ 크기로 제작된 미니 뇌는 어른 뇌의 특정 부위와 50~60% 비슷하다”며 “이 기술이 발전하면 환자 몸에서 나온 줄기세포로 미니 뇌를 만들어 적절한 약물을 찾는데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뇌과학은 인공지능(AI) 산업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신경세포 그물망의 작동 원리를 컴퓨터 정보처리 과정에 응용하면 인간을 모방한 기계는 물론 뇌신호로 작동하는 가상현실 산업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2014년 기준 선진국 대비 72%인 뇌과학 수준을 2023년까지 9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센터장은 “사람의 사후 뇌조직을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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