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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 일자리기금 제안… 통 큰 양보?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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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 일자리기금 제안… 통 큰 양보? 꼼수?

입력
2017.06.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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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각각 2500억씩 부담 제시

‘약자’ 하청업체 고용 등 관심 의미

노조측 재원은 소송중인 통상임금

1, 2심 패소로 받을 가능성 불투명

“없는 돈으로 생색내기” 비판도

20일 오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현대기아차그룹사 노조 대표들이 서울 정동 금속노조 대회의실에서 노사공동 일자리연대기금 마련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현대기아차그룹사 노조 대표들이 서울 정동 금속노조 대회의실에서 노사공동 일자리연대기금 마련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기아차그룹사 노조가 사측에 ‘일자리연대기금’을 함께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새 정부 기조에 발맞춰 그동안 노조의 주류로 불린 재벌그룹 정규직 노조원들이 하청업체 채용과 고용 안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의미 있는 행보라는 평가와, 미래의 불확실한 자금을 재원으로 제시해 ‘기득권 내려놓기’를 가장한 협상용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엇갈린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현대기아차그룹 17개 계열사의 노조 대표들은 20일 서울 정동 금속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기아차그룹 노조 조합원 10만명을 대표해 노사 공동으로 일자리연대기금 조성을 제안한다”며 “노사가 함께 초기자금으로 5,000억원(노사 각각 2,500억원), 매년 200억원(각각 100억원)씩 적립해 제조업 혹은 자동차 산업 하청 중소업체 고용을 늘리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초기 자금 5,000억원으로 하청ㆍ협력업체에 연봉 4,000만원 수준의 정규직 1만2,000명을 고용하고, 매년 200억원의 적립금으로 1,500개씩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든다는 것이다. 아울러 하청 및 협력업체들의 고용안정과 실제 노동시간 단축에도 기금 일부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규모 기업의 정규직 노조원들이 원하청 관계 개선과 정규직 일자리 창출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자금 조달 방식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사의 13개 사업장은 현재 상여금ㆍ휴가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하는 지를 놓고 사측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노조 측은 현재 소송을 모두 중단하고 사측이 통상임금 정상화에 따른 체불임금을 지불해 그 중 일부로 기금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번 단체 교섭에 동의한 4개 사업장을 포함해 17개 사업장 조합원은 9만3,627명으로 1인당 평균 임금채권인 2,100만~6,600만원을 감안하면, 교섭 성사 시 노조 측이 얻게 될 금액은 최소 1조9,600억원이 넘는다. 이 중 노조는 13%가량인 2,500억원을 내놓고 나머지 2,500억원은 사측에게 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고 판결을 기다리게 되면 5,000억원 마련은 불투명해진다. 현대차 노조 측은 1ㆍ2심을 모두 패소해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기아차 노조 역시 2011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 6,657억원 규모의 통상임금 소송을 접수한 뒤 6년째 1심 판결이 미뤄지고 있다. 노조 측은 교섭 여부와 상관없이 매년 200억원을 적립하다고 하지만 이 역시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다. 노조 측은 매년 단체교섭을 통해 지급되는 일시 성과금 중 일부(노조 100억원)를 내놓겠다고 했는데, 성과금은 경영환경이 악화하면 적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

사측은 교섭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가 내놓겠다고 한 2,500억원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그들이 승소했을 때 받을 돈으로 1ㆍ2심 모두 사측이 승소해 노조가 돈을 받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라며 “받을 가망성이 없는 돈 중 90% 가량은 자기 주머니에 넣고 극히 일부분만 내놓겠다고 생색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각 계열사 별로 근로조건과 지불능력 등 경영환경이 천차만별이라 현실적으로 공동교섭도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교섭이 성사돼도 조합원 모두의 동의를 얻을 지도 미지수다. 이번 단체 교섭안은 금속노조 현대기아차그룹사 지부 대표들이 결정한 사안으로 사측과 교섭이 성사되더라도 조합원 총회를 거쳐야 실행될 수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노사가 일자리 창출과 원하청 관계 개선에 힘쓰자는 것이 핵심”이라며 “향후 조합원들을 설득해 이번 교섭안이 시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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