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선심성 정책.. 등 떠밀린 카드사 반발
“시장 가격결정에 과도한 개입” “소비자가 부담 고스란히 떠안을 수도”
전국 238만개의 영세·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가 3년 만에 대폭 인하된다. 특히 연매출 2억원 이하인 영세가맹점은 수수료 부담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수익이 크게 줄어든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를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높아 그 부담을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내놓기 위해 시장의 가격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일 새누리당과 금융위원회는 당정협의를 갖고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1월말부터 연매출 2억원 이하인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매출의 1.5%에서 0.8%로 줄고, 연매출 2억원~3억원인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각각 0.7%포인트 낮아진다.
당정은 연 매출이 10억원을 초과하는 중?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약 1.96%)과 이를 제외한 일반가맹점 간 수수료율 역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연매출 1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에 대해서도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2.15~2.22%에서 1.85%~1.92%로 평균 0.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또한 신용카드 수수료율 상한을 현 2.7%에서 2.5%로 0.2%포인트 낮추고 국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경우 납세자가 부담하는 수수료율(국세납부대행수수료)을 현 1.0%에서 0.8%로 0.2%포인트 내려 납세자 부담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체크카드 우대수수료도 대폭 내린다.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은 기존 1.0%에서 0.5%로, 연매출 2~3억원 이하는 1.5%에서 1.0%로 각각 낮춰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경기침체로 어려움이 있는 영세가맹점의 부담을 줄이고 가맹점 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저금리 기조로 카드채 금리가 하락하는 등 카드사 자금조달비용이 줄어든 점도 수수료율 인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윤창호 금융위원회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이번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로 영세가맹점의 경우 연간 최대 140만원, 중소가맹점은 210만원의 수수료 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드업계는 불만이 팽배하다. 당장 연간 6,700억원 가량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지만 이를 대체할 수익원이 마땅치 않아 결국 부가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인하폭이 예상보다 훨씬 커 현재의 수익구조로는 이를 상쇄할 여력이 없다”며 “결국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는데, 마케팅의 50~70% 정도가 부가서비스란 점에서 소비자 혜택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론 금리 인상, 연회비 인상 등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경제금융연구소의 연구위원은 “정부가 TV 가격이 비싸다며 제조사들에게 100만원씩 내릴 것을 지시한 것과 같은 경우로 해외에서도 이런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거나 금리가 올라도 수수료를 올리기는 힘든 구조라는 점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3년마다 카드수수료 적정 비용을 재산정하고, 그 사이라도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다”며 “하지만 정치적으로 워낙 민감한 이슈여서 이미 한번 내려간 수수료를 다시 올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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