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민승 기자

등록 : 2017.06.14 10:25
수정 : 2017.07.04 15:10

[짜오! 베트남] 아름다움과 부의 상징 ‘하얀 피부’ 만들기에 아낌없이 지출

<14> 커지는 화장품 시장

등록 : 2017.06.14 10:25
수정 : 2017.07.04 15:10

TV 광고모델 하나같이 흰 피부

오토바이 여성들 무더운 날씨에도

피부 드러나지 않게 ‘꽁꽁’ 무장

백화점 미백 화장품은 언감생심

대부분 시장 보따리상 통해 구입

피부에 안좋은 짝퉁 제품도 활개

국내 화장품 업체들 진출 가속도

오늘부터 ‘K-뷰티 엑스포’ 열려

호찌민 시내에 자리잡은 LG 비나 코스메틱스 본사 직원들이 퇴근 전 화장을 하고 있다. 베트남 여성들이 화장을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로, 이들은 매달 받는 급여 상당 부분을 얼굴 피부를 가꾸는데 쓰고 있다.

베트남에서 TV광고를 보고 있으면 이곳이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지 착각을 할 때가 있다. 광고 모델들 피부가 모두 서양인들처럼 하얗기 때문이다.

화장품 모델들의 백옥 같은 피부야 그렇다 치더라도 에어컨과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 자동차, 유제품 등의 광고 모델 피부 색깔도 흰색으로 수렴된다. 남성 모델들 피부도 비현실적일 만큼 하얗다. 이 나라 사람들이 흰 피부를 그만큼 좋아한다는 것일 터다. 무엇이 이토록 흰색 피부에 열광케 하는 것일까.

지난 12일 오후 2시 호찌민 시내 사이공무역센터 앞. 35도에 육박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반팔을 입은 여성 오토바이운전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천을 겹겹 두른 운전자들이 대세다. 긴 소매에 모자가 달린 후드티, 그 위로 헬멧과 얼굴을 다 가리다시피 하는 마스크, 치마 밖으로 드러난 다리를 발목까지 덮은 ‘오토바이 앞치마’, 그리고 목이 긴 장갑까지 꽁꽁 ‘무장’했다.

일본계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응옥 푸엉 찐(25)씨는 “하얘지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이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햇빛과 매연, 먼지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베트남 여성들은 오토바이를 탈 때 '중무장'을 한다. 치마 위로 앞치마처럼 덮는 다리 보호 치마는 3,4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10대 청소년들도 미백 화장 유행

일반적으로 동남아에서 흰 피부에 대한 선호도는 높지만, 특히 베트남 사람들은 더욱 하얀 피부에 열광한다. 밝은 피부가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코트라 호찌민 무역관 관계자는 “피부가 희고 깨끗하다는 것은 실내,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는 뜻이고 이는 곧 능력자, 고소득자로 통한다”며 “흰색 피부에 대한 선호도는 남녀를 불문하고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 사이에서도 미백 화장은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베트남 10대들은 한류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연령층이다. 호찌민 시내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탄 빈(17)양은 “공립학교는 대체로 화장을 금지하고 있지만 사립학교는 자유롭다”며 “한국 가수들을 따라 화장하는 게 유행”이라고 전했다. 이 경우 미백 화장과 함께 입술과 눈 화장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자신의 월급 10%가량을 매달 화장품 구입에 쓰고 있다는 응옥 푸엉 찐씨는 “월 수입 절반 이상을 화장품에 지출하는 동료도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그는 업종을 불문하고 여성의 경우 피부가 더 밝을수록 급여가 높은 경향이 있어 하얀 피부를 일종의 권력(power)으로 보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아직 시장통 판매가 대세

문제는 제대로 된 화장품이 학생들은 물론 일반 직장인들에게도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점이다. 특히 미백 화장품의 경우 여성들의 사회 진출 증가와 한류 드라마 붐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대중브랜드 제품도 30만~40만동(약 1만5,000~2만원) 선이다. 점심 한끼 10~15배쯤 되는 가격이다.

유사상품을 포함해 짝퉁 제품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빈양은 “남자친구를 사귀기 위해 속성으로 미백 효과를 내는 화장품을 사용했다가 피부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며 “100% 진품이라고 믿지는 않지만 저렴하기 때문에 구입한다”고 말했다. 공안이 짝퉁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는 실정이다.

외모에 대한 관심과 소득 증가로 베트남 화장품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11년 2억1,000만달러(약 2,400억원) 수준이던 베트남 화장품 시장 규모는 매년 20%가량 성장, 5년 만인 지난해 4억8,500만달러를 기록했다.

호찌민 시내 다카시마야 백화점 내 한 한국 브랜드 매장 직원은 “구매 고객이 늘고는 있지만 크림 하나에 100달러가 훌쩍 넘기 때문에 매장 구매 손님은 하루에도 손을 꼽을 정도”라며 “이곳에서는 가격을 확인하고 제품 설명을 들은 뒤 인근 시장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시내 벤탄 시장 등에는 현지 제품들 사이에 보따리상들을 통해 들어온 상품들이 저렴하게 팔린다.

호찌민 시내 다카시마야 백화점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손님(왼쪽)이 판매 직원으로부터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손님은 3분 가량 설명을 들었지만 물건을 구매하지는 않았다.

국내 업체 베트남 진출 러시

소득 증가와 함께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베트남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15~17일 호찌민시 사이공컨벤션센터(SECC)에서 열리는 ‘K-뷰티 엑스포’는 이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행사. 경기도가 주최하고 킨텍스가 주관해 열리는 초대형 뷰티전문 전시회로, 화장품은 물론 헤어, 네일 등 국내 유망 뷰티기업 110개가 참가한다. 호찌민에서는 ‘코스모뷰티 베트남(4월 개최)’, ‘비엣뷰티(8월)’ 등 대형 뷰티 전시회가 이미 성황리에 열리고 있어, 바이어 유치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킨텍스 관계자는 “‘포스트 차이나’ 의 거점으로 경제도시 호찌민을 선택했다”며 “우수 한국 기업들이 대거 참석하는 만큼 성공적인 엑스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킨텍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태국 방콕)에서 행사를 열어 10개국 250여명의 유력 바이어들과 1억8,300만달러 규모 수출 상담 실적을 올렸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국내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2년 전부터 중국으로 진출했던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대거 베트남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한국 업체 간의 경쟁도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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